"현재 고객님께서는 국제로밍서비스를 이용중인…." 해마다 8월이면 취재를 위해 통화를 시도한 국회의원들의 휴대전화에서 이 같은 안내음을 유난히 많이 듣게 된다. 9월 정기국회 시작에 앞서 정치 하한기(夏閑期)인 8월에 여야 의원들이 줄줄이 해외출장 길에 오르기 때문이다. 2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세월호 정국 등 현안이 산적한 올해도 어김 없이 국회의원의 8월 해외 출장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당과 상임위원회, 의원외교협회 등 각 그룹별로 소속 의원들이 각종 명목을 들어 세계 각지로 떠나는 출장을 계획 중이다. 통상 7~8월에 걸쳐 국회 하한기가 이어지지만 이번의 경우 7·30 재보궐 선거와 임시국회 일정 등으로 8월에 출장 계획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을 물론이고,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이 극심한 혼란에 휩싸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도 줄줄이 출장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지난 5월 `이완구-박영선` 여야 원내대표의 취임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불량국회`의 오명을 쓴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 등 당면 현안을 뒤로 한 채 국회를 비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상반기 국회에서 여야 대치로 `불량 상임위`라는 오명을 기록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곧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홍문종 미방위원장(새누리당)을 비롯해 여야 미방위원들은 이달 초 상임위 관련 현안 시찰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한 야당 미방위원 측은 뉴스1과 통화에서 “미방위가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고, 현재 당내 문제는 내부 문제이지 국익 차원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시찰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오스 의원친선협회 부회장인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협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의원 외교 목적으로 2일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라오스를 찾는 등 의원친선협회 차원의 해외 출장도 활발하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소속 원내부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15일 광복절을 전후로 중국을 경유해 백두산 일대를 찾을 계획이다. 출장 목적은 항일 유적지 탐방이다. ㈔백야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회장인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7~8명은 오는 12일 중국을 방문, 3박4일간의 일정으로 기념사업회에서 매년 진행해 온 `청산리 역사대장장`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놓고는 해마다 `외유`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9대 국회 개원 이후부터 지난 3월까지 국회의원단의 해외 방문외교 사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일 이내에 서면 제출 규정을 지켜 해외 출장 활동결과보고서를 제출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나마 제출된 활동결과보고서도 기간을 지키지 않았거나 출장 결과와 무관한 내용들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국방위원회의 방위산업협력 관련 러시아 출장 일정 중 마지막 날 일정은 `러시아 유학생 격려 오찬`이 전부였다. 같은 달 안전행정위원회는 10박 11일간 남미 출장 길에 올랐지만 페루와 아르헨티나 2개국만 방문했으며 출장 기간 중 4일은 일정을 비공개했다. 의원들의 해외 출장길에 투입되는 예산도 적지 않다. 뉴스1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의원외교 활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 달 동안 75명의 국회의원이 해외 출장을 떠나 1인당 평균 1064만여원 정도의 경비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최근 5년간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 현황을 살펴보면, 여름철 휴가 기간과 국회 휴지기가 겹치는 7~8월에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급증했다. 복수의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의원들의 해외 출장에 개별 보좌진이 따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출장 비용 정산 등이 부실한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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