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합치면 성공하고 흩어지면 패망한다는 것은 만고에 분명히 정해져 있는 이치다. 지금 세계는 동서로 나뉘어 있고 인종도 각각 달라 서로 경쟁하고 있다."
안중근(1879-1910) 의사가 1910년 3월26일 순국할 때까지 집필했던 `동양평화론`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는 외교통상부와 함께 8-9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과 경영관에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의 현대적 의미를 모색하는 학술 세미나 `21세기 동아시아 평화와 안중근`을 연다.
최봉룡 중국 다롄(大連)대 교수는 `동아시아 맥락에서 본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근대 동아시아 지역평화공동체를 목적으로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했으며, 더 나아가 인류평화를 지향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동양평화론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한국독립운동사뿐만 아니라, 동양정치사상사 및 인류평화사상사에서도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특히 "안 의사가 소년 시절부터 받았던 유교적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사상적 기반, 천주교의 `천명사상`(天命思想), 그 시대의 국제정세인식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동양평화사상의 원천적인 기저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그는 "안 의사가 동양평화론의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제시했던 동양평화회의체는 청·일·한 삼국이 공동주체가 돼 수평적인 독립, 평등, 공존을 원칙으로 하는 다국가 지역공동체를 구상했다는 점에서 그 독창성과 창조성, 탁월성을 찾아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동양평화론에는 인류사회가 반드시 지향해야 하는 자유와 평등, 공존의 보편적 가치가 내재해 있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에 따라 더더욱 빛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의 황종렬 박사는 `천주교와 동양평화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안 의사가 나라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사상적 토대로 `천명`(天命.the will of God) 의식을 제시했다.
황 박사는 "천명은 하늘이 바라는 생명의 질서를 위한 명령, 하느님의 다스림을 이룰 사명으로의 불림을 뜻하는데 이것은 지극히 동아시아적인 역사를 갖는 개념"이라면서 "안 의사의 의병 독립 전쟁과 동양 평화를 위한 투신은 철저하게 그의 천명(天命)관과 천부(天父)관에 뿌리내린, 온 인류가 한 형제·자매라는 인식에 근거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단순히 국가와 국가 사이의 평화와 관련된 비전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으며 인류는 한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형제·자매라는 인식 위에 진정한 형제 관계의 설득을 지향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신운용 한국외대 교수도 `안중근의 삶과 죽음의 의미`라는 발제문에서 "천명과 사람 중심의 사상은 국가와 종교를 일치시킬 수 있었던 안 의사의 종교 사상이었으며 그의 삶을 유지하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핵심적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안 의사는 한국독립과 동양평화의 구현을 천명에 대한 응답으로 보았으며 이러한 천명에 응답하기 위해 민족운동을 전개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그는 천명인 한국독립을 실현하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고 동양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동양평화론을 제시했다"고 했다.
구태훈 동아시아역사연구소장은 "안 의사는 동양평화론 집필을 통해 세계가 분열되고 열강의 침략이 한창이던 20세기 초의 국제정세를 비판하면서 동양에서의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면서 "안 의사는 동양평화론을 완결짓지 못하고 순국했지만 우리는 안 의사의 사상과 정신을 기리고 연구함으로써 미완성의 동양평화론을 완성해나가는 노력을 계속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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