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나무는 우리와 함께한 친근한 나무였고 추운 겨울날에도 늘 푸른 기상을 잃지 않는 절개와 의지의 상징이었기에 충과 의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 민족에게 그 상징성은 더욱 컸다. 예술작품에서도 소나무는 소재로서 빠지지 않아 김정희의 ‘세한도`, 김홍도 ‘송월도’, 솔거 ‘노송도’ 등 많은 화가들이 소나무를 그렸다. 임금이 앉은 용상 뒤편에도 해, 달, 산, 물과 더불어 소나무가 있고 왕릉을 지키는 나무도 소나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무엇인가? 지난 1997년 한국갤럽 조사결과 소나무는 45.7%로 한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선정됐다. 2위 은행나무가 7.5%, 3위 동백나무가 5.5%로 나타나 소나무는 시공을 초월해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나무이다. 이렇듯 소나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 민족과 함께 했는데 소나무 중에서도 금강소나무는 귀중한 목재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왕실의 관곽(주검을 넣는 속널과 겉널을 아울러 이르는말)과 건축재는 금강소나무가 분포하는 강원도, 경북 북부지역에서 공급됐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일제강점기에는 금강소나무의 뛰어난 목재 가치로 인해 강릉, 삼척, 봉화 지역의 금강소나무가 대량 벌채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해방 후 경북 봉화 춘양역에 집산돼 서울로 들어온 금강소나무는 이때부터 ‘춘양목’으로도 불렸다. 금강송의 이름을 줄이거나 재질이 강하다 하여 ‘강송(剛松)’ 이라 부르고 있으나 모두가 금강소나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금강소나무와 봉산(封山)제도 예로부터 건축자재와 관곽재로 이용된 대표 수종이 금강소나무였다. 특히 일반민보다 왕실과 권세 있는 집안에서는 반드시 금강소나무를 이용해 집을 짓고 관곽을 짰다. 조선 후기 봉산(封山)을 선정한 이유 역시 “위로는 황장목(黃腸木=관곽재)을 공상(供上)하고 아래로는 선재(船材)를 대비하기 위한 것”(정조실록 정조7년 10월 29일)이었다. 조선시대 전 기간 동안 국가에 의해 일관되게 추진되어 온 松政(송정, 소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관한 정책)은 국가에서 사용할 조선용재(造船用材)와 건축용재(建築用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우량 소나무림의 지정·보호 및 양성으로 요약된다. 국가에서 조선용 목재를 생산하기 위한 산림은 船材封山(선재봉산), 건축재 및 관곽재를 생산하기 위 산림은 黃腸封山(황장봉산)으로 지정 관리했던 것이다. 우량한 금강소나무림는 과거부터 봉산제도를 통해 일반인이 함부로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엄격히 관리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산림청이 육종림, 천연보호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금강소나무의 특성과 가치 금강소나무는 줄기가 수직으로 곧고 수관(樹冠, 나무줄기의 윗부분)이 좁고 지면에서 큰 나뭇가지(역지 力枝, 으뜸가지)까지의 높이가 높다. 줄기의 중·상단부는 껍질이 얇고 붉은색을 띠며 일부는 회갈색에 거북형(6각형) 무늬로 갈라진다. 나무속(심재)는 짙은 황갈색이다. 생육조건이 좋지 않은 척박지나 암석지에서 더디게 자라 나이테가 일반 소나무에 비해 3배가 촘촘하여 뒤틀림이 적고 강도가 높으며 송진의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쉽게 썩지 않는다. 400년이 지난 조선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황장목관의 나이테가 그대로 보일 정도로 600년이 넘은 봉정사 극락전이나 경북궁에 사용된 금강소나무를 다시 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성이 뛰어나다. 금강소나무의 가치는 탁월한 목재 자원으로, 우수한 산림유전자원으로, 풍부한 산림문화자원으로 무궁무진하다. ▲금강소나무 보전과 육성 소나무의 생태적 특성은 양수(陽樹 햇볕을 좋아하는 나무)로서 건조하고 척박한 토양에 자생한다. 금강소나무 자생지도 예전에는 토양이 건조하고 척박했지만 현재는 쌓인 낙엽과 하층식생으로 토양이 비옥해져 상수리나무나 굴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들이 침입해 경쟁에서 뒤떨어지면서 금강소나무 숲이 점차 쇠퇴돼 가고 있다. 온난화와 산불도 금강소나무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소나무는 온대 중부와 북부의 기후대를 좋아하는 수종으로 우리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대로 바뀌게 되면 그 기후에 적합한 수종들과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소나무 숲은 참나무 숲 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솔잎은 활엽수인 참나무잎 보다 빨리 불이 붙으면서 두 배나 오래타고 화력도 두 배나 세다. 1996년 고성산불, 2000년 삼척 등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산불 등으로 3만여 ha(3억㎡, 9075만평)의 금강소나무숲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이러한 금강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산림청에서는 금강소나무 숲 보전 및 육성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금강소나무가 우점하는 숲은 숲가꾸기(솎아베기)를 통한 우량 금강소나무림으로 조성하고 금강소나무와 활엽수 간 경쟁이 치열한 곳은 활엽수를 제거하는 숲가꾸기로 금강소나무림으로 유도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금강소나무 숲을 가꾸기 위해서는 어린나무, 장령림, 성숙림의 균형이 필요하다. 현존하는 금강소나무 숲은 대부분 40년 이상 장령림과 100년 이상의 성숙림으로 구성돼 금강소나무 숲이 단절될 위험이 있어 활엽수 숲을 금강소나무 숲으로 바꾸기 위해 천연하종갱신 또는 인공조림을 통한 금강소나무후계림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하듯 지금 금강소나무는 산림청의 보전 및 육성 정책과 더불어 다시 한 번 그 옛날의 황장목을 꿈꾸며 언제나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자라고 있다. ▲황장봉계표석 울진군 서면 소광리 장군터 인근에 황장봉계표석이 있다. 조선 숙종 때 세워졌고 황장목(黃腸木)의 봉계(封界)지역을 생달현(生達峴), 안일왕산(安一王山), 대리(大里), 당성(堂成) 네 지역으로 하며 이를 명길(命吉)이란 산지기로 하여금 관리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2011년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에서 황장봉산 동계가 발견돼 황장봉산 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황장봉산의 설정지는 강원, 경상, 전라 3도에 국한됐으며 ‘속대전’에 의하면 강원, 경상지역에서 생산되는 황장목은 내재궁(관재), 전라도에서 생산되는 황장목은 외재궁(곽재)로 사용됐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초 성종 때에는 송목금벌 조항을 마련해 소나무 벌채를 규제하고 위반 시 곤장 100대의 중형으로 다스릴 만큼 중벌에 처하기도 했다. 황장봉표 또는 황장금표가 현존하는 곳은 인제 한계리, 영월 두산리 및 법흥리, 원주시 학곡리(치악산), 울진군 소광리 2개, 문경시 명전리 등 총 7개소가 있다. ▲금강송소나무숲길(십이령옛길) 금강송소나무숲길은 자연 그대로를 살린 친환경적인 숲길로 현존하는 금강소나무 원시림 보존지역으로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울진군은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추진할 만큼 보존가치가 있는 숲으로 그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숲길탐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백년 된 금강소나무의 피톤치드로 지친 몸과 마음에 건강과 활력을 불어넣는 에코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총 5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현재 1, 3구간만 운영된다. 탐방로 이용시 유의사항은 자유탐방은 금지되며 숲길 가이드가 함께 동행하고 중간탈출로가 없는 코스이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이며 산불조심 기간에는 산림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 탐방예약은 최소 3일전 홈페이지(www.uljintrail.co.kr)를 통해서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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