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화권이나 마찬가지만, 특히 유교권인 동양에서 으뜸가는 덕목은 ‘명분’이다. 이 명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지사들이 생명마저도 두려워하지 않고 희생을 감수하였는가. 명분은 인격이다. 짐이 곧 국가인 왕조시대에도 명분이 합당하지 않으면 전권을 가진 왕마저도 국민의 눈치를 보아야할 만큼 명분을 중시하였는데, 백성이 주인인 민주주의시대의 정도는 바로 명분이 타당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정치는 눈앞에 이익이 있다면 명분 따위는 호사가들의 잔소리 정도로 치부하는 소인배의 작태가 광분하고 있다. 지금 한국 정치 판도를 달구고 있는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권은희씨의 7ㆍ30 재ㆍ보선 공천문제는 명분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모사꾼들의 전횡이라 하여 일반 국민들은 물론 권은희를 공천한 새정치연합 안에서마저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은희씨 ‘폭로사건’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상명하복이 지배하는 경찰에서 이러한 폭로는 참으로 용기 있는 가상한 행위라고 지지 목소리가 높기도 하였지만, 일부에서는 이건 아닌데 하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 폭로가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기류가 높았던 것은 앞으로 승승장구할 경찰대학 출신이 영광의 길을 외면하고 위험한 작란을 할리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었다. 따라서 권씨의 폭로는 한국 관료사회에서 일대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으며, 이제 경찰도 옛날 경찰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예단하였다. 그런데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은 이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가고서부터였다. 국민들은 권은희씨에게 완전히 허를 찔린 것이다. 완벽한 거짓말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들의 판결 결과였다. 1심의 이범균 부장판사는 탈북공무원 간첩사건에서 유우성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야당으로부터 ‘법이 살아있다’고 환호성을 지르게 한 사람이다. 그뿐만 아니라 2심의 김용빈 판사도 강단이 대단한 법관이다. 37년, 28년 전 사건을 심의하여 권노갑ㆍ김근태에게 무죄 판결을 하였을 뿐 아니라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여직원 주소를 빼낸 것은 분명히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음에도 무죄를 판결한 사람이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권은희씨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국민들이 소상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부언할 필요가 없겠지만 멀쩡한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살아있음에도 깡통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한 권은희씨에 대하여 용기 있는 공직자라고 격찬한 국민들이 머쓱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조사하면 당장 들통이 날 ‘항의 전화’를 끝까지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사건의 당사자를 어떻게 새민련은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하였을까? 그러니 권씨의 폭로도 그 순수성이 깡그리 무너지고 말았다. 국민들은 대통령 선거가 종반전에 접어들었을 때, 야권과 사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광주 광산을에는 이미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던 기동민(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씨가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음에도 굳이 서울로 보내고 권은희씨를 속전속결로 공천할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혹시 권씨의 입이 무서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권씨가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청문회에서 ‘까도 까도’ 미담만 나온다고 ‘까도남’이 되었던 채동욱이 혼외정사문제가 터지자 민주당이 ‘까도당’이 되었다. 그쯤 되면 이제 제정이 되어야 하는데 또 문제가 터졌으니 권은희씨 공천이다. 권씨 공천은 명분이 실종된 대표적 사례다. 까도 까도 터지는 권씨 의혹은 끝이 없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① 권은희는 ‘정의로운 폭로’라고 하였는데 1ㆍ2심은 허위로 판결 ② 광주의 딸 재산축소신고 의혹 ③ 전 원내대표 전병헌 “권은희 증언을 반감시킨 공천” ④ 권은희를 위한 이상한 공천…후보등록일 전날까지 ⑤ 폭력 남편 벌금형 조건으로 성공보수 미리 받아, 이외에도 너무 많은 기사들이 난무하여 다 열거할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말들이 많을까? 명분 있는 공천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고 한 안철수의 허언은 동작을에서 추하게 드러났다. 이 지역위원장인 허동준을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광주에서 이미 선거운동에 열중하고 있던 기동민을 억지로 밀어붙여 옮겼으면, 끝까지 보장해야지, 전략적이라 하여 또 주저앉힌 것은 어떤 궤변으로도 합리화 할 수 없다. 똠방각하가 완장 값한다고, 당 운영에 전횡을 행사하니, 보다 못한 정세균 의원이 “지방선거에 이어 지도부의 독단과 독선적 결정이 도를 넘고 있다”고 불침을 놓았을까? 김한길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 후퇴’ ‘불통’ ‘독선’이라 하여 박대통령을 비난하는데, 이번 공천이 ‘당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불통’을 자행한 ‘독선’은 아닌가? 천하의 지략가라는 김한길도 제 발에 도끼를 찍은 셈이다. 박영근 한동대 특임교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