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지 40일이 지나도록 검찰과 경찰은 해당 시신이 유 전회장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검·경의 손발이 계속 어긋나면서 그 사이 불필요한 수사력 낭비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21일 유 전회장에 대해 6개월짜리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으면서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검거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비슷한 시각 경찰은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시신의 DNA 검사를 뒤늦게 의뢰한 결과, 이 시신이 유 전회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때까지 시신의 존재 여부 자체를 몰랐다.
검찰이 "경찰과의 협조가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자신했던 것과 달리 이번 시신 발견 과정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검·경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2일 검·경의 발표를 종합해보면 경찰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상당히 부패가 진행된 시신 1구를 발견했다. 당시 유 전회장이 순천 인근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해당 시신은 유 전회장이 은거했던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2~3㎞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고가의 해외 명품 브랜드 옷을 걸치고 있었고 변사체 주위에서 유 전회장 일가의 계열사인 ㈜한국제약에서 만든 `ASA 스쿠알렌`이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가방 안쪽에 새겨진 `꿈같은 사랑` 문구는 유 전회장이 직접 쓴 책 제목이다.
이처럼 유 전회장과 연관이 있다고 보이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지만 경찰은 이 시신을 노숙자의 것으로 보고 일반 변사 사건으로 처리하려 했다.
유 전회장 추적에 번번이 실패하던 검찰은 아예 그런 시신이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경찰이 일반 변사 사건으로 처리하려 했다고 해도 검찰은 부검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광주지검 순천지청의 변사 사건 담당 검사가 유 전회장 관련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유류품만 갖고는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렵지 않겠나"고 해명했지만 검찰력을 총동원 하고서도 핵심 도피 근거 추정지의 첩보는 소홀히 취급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후 변사체의 DNA를 유 전회장의 DNA와 대조하는 과정에서도 검찰이 갖고 있던 유 전회장 일가의 DNA 자료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확인이 늦어졌다는 얘기가 경찰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요청을 받고 바로 제공했다"고 반박했지만 서로 간 불신의 정황만 확인한 꼴이 됐다.
경찰은 검찰이 핵심 정보는 공유하지 않은 채 주변 검문·검색이나 경비 등 `잡일`만 시키려 한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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