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일정을 소화한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백업 요원들의 활약은 또 하나의 트렌드였다.
기대를 모았던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이나 성적 부진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이들이 혜성처럼 나타나 공백을 메웠다. 또한 팀 성적 추락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은 물론 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내는 활력소로 작용했다.
가장 먼저 역할 비중을 높인 선수는 SK 박계현이다.
박계현은 암울하던 SK에서 유일한 성과로 꼽힌다. SK는 올 시즌 박진만, 최정, 박희수 등의 잇단 부상으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이후 SK의 성적은 곤두박질 쳤고,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와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은 불미스러운 사고로 방출됐다.
내부 갈등까지 겹쳐 팀 분위기가 주저앉았으나 박계현은 백업요원으로 1군 무대를 밟은 뒤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SK에 희망을 안겼다.
5월29일 데뷔 첫 선발 출전에서는 3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고, 최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3루 수비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전반기 막판 최정의 복귀로 다시 백업이 됐으나 활용 가치를 충분히 확인했다.
LG 채은성 역시 백업으로 1군을 올라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채은성은 5월27일 이병규(9번)를 대신해 1군에 올라왔다. 이후 연일 맹타를 휘둘러 LG 타선의 부활을 주도했다. 수비 포지션이 고정되지 않아 혼란을 겪기도 했으나 고른 활용도를 입증했다.
6월 중순 이후 주춤한 상태지만 전반기를 타율 0.320과 장타율 0.433로 마무리해 후반기 기대치를 높였다.
삼성의 히트 상품은 박해민이다. 박해민은 2012년 신고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뒤 줄곧 2군 생활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4월12일 처음으로 1군에 등록했다. 주로 대주자 및 외야 백업으로 출전했으나 5월9일 정형식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뒤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전반기 69경기에 나가 0.299의 타율과 20도루 17타점 36득점을 남기며 `중고 신인` 중 유일한 올스타전 출전의 영광을 안았다.
KIA 김다원은 대기 만성형이다. 올해 스물아홉인 김다원은 손가락 부상을 당한 김주찬을 대신해 1군에 오른 백업 요원. 경찰청에서 2년 동안 뛰면서 갈고 닦은 실력을 KIA로 돌아와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한 때 타율 0.371을 찍었고, 전반기를 0.317의 타율로 끝냈다. 특히 0.537에 달하는 장타율로 중장거리 타자로서의 매력까지 뽐내고 있다. KIA 역시 김다원의 존재로 후반기 상승을 노리고 있다.
프로 세계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확실하게 잡는 선수만이 살아남는 곳이다. 주전까지 넘보고 있는 백업 요원들의 공통점이다.
오랜 시간 철저한 준비를 하면서 때를 기다려 온 선수들이다.
박계현은 선수 생명을 걸고 뇌수막염 수술을 받았고, 채은성과 박해민은 신고 선수로 프로에 들어와 2군에서도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는 설움을 겪었다.
김다원도 한 때 장점이 하나도 없는 선수라는 뜻의 `무툴`이란 치욕적인 별명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참고 일어섰다. 이젠 각 팀의 확실한 전력이 됐다.
SK와 LG는 박계현과 채은성의 존재로 주전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고, 후반기 반등의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삼성은 `중고 신인` 박해민을 찾아내 1위 자리를 굳히기와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까지 이루어내고 있다.
KIA 역시 김다원의 부활로 선수 공백의 불안을 털어내게 됐다.
`똘똘한` 백업 요원들이 후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삼성은 박해민의 존재감이 사상 첫 통합 4연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하리라 믿고 있다.
SK, KIA, LG 등 4위를 노리는 팀들은 이들의 활약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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