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7일 국내 바이오산업 및 기후변화 대응 분야 기술 발전 등을 위해 "민·관(民·官)이 역할 분담과 협력을 통해 자생적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화랑로 소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1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겸 `바이오·기후변화 신기술 신산업 창출전략 보고회`를 통해 "바이오와 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경제적 측면은 물론, 삶의 질 개선과 국민행복시대를 여는데도 필수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수명이 연장되고 소득이 향상될수록 건강하고 쾌적한 삶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다"면서 "우리나라도 그동안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과 지원정책을 추진한 결과, 일부 신약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해 해외 판매가 기대되고 있고, 전력저장장치(ESS) 배터리 기술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등 점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우린) 갈 길이 멀다"며 "바이오 분야에선 정부에 비해 민간 R&D(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하고, 아직 실험실의 많은 연구결과가 병원과 산업에 효율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분야도 낮은 경제성과 초기 투자비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젠 (이들 분야에서) 변화정부 주도의 기초기술 개발과 보조금에 의존하는 보급단계를 넘어 민간 주도의 본격적인 산업화이 시장 형성단계로 나가야 한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관련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바이오·기후변화 분야의 산업화와 시장 창출은 정부 부처나 기업, 학계 등의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론 어렵다"면서 참석자들에게 관련 분야에서의 민·관 협력 또한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정부 각 부처 등의 안건 보고에 이어진 토론에선 "(웹)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오늘 나온 건의사항을 정리해 띄울 필요가 있다"면서 "청와대, 또 협업(協業)해야 하는 모든 부처(홈페이지)와 링크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협업이 안 돼 발목이 잡혀 있다`는 소리가 앞으론 절대로 나오게 해선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젠 뭐든 화끈하게 모든 걸 내놓고 투명하게 해야지 `그냥 합시다` 하면 또 그냥 지나간다"면서 "전부 인터넷에 띄워놓으면 어떤 게 내 책임이고,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가 공유된다. 그러면 (일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도리가 없고, 잘하면 잘한 만큼 인센티브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바이오 관련 정책의 종합조정기구는 미래부가 관련 법령과 외국 사례 등을 검토해 방안을 마련하고, 바이오 분야 규제개혁 과제는 여러 부처에 관계되는 것이니 국무조정실에서 특화된 `규제개혁 신문고` 같은 것을 만들어 (규제 존치 이유가) 소명되지 않으면 과감히 삭제하는 것을 해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일선 산업현장에서의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선 "(기업들의) 수요 중심으로 가야 한다. 과학기술자문회의 등이 중심이 돼 인재 수요를 파악해 학교나 훈련기관과 연결하면 서로가 좋을 것"이라며 "인재가 부족하면 해외에서라도 데리고 오고, 훈련이 부족하다면 훈련을 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해 인재가 없어서 (일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 놔도 막상 민간에서 모르면 그건 없는 정책이나 다름없다"며 관련 정책의 적극적인 홍보 또한 당부했다. 이날 회의엔 박상대 부의장을 비롯한 자문회의 위원들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서승환 국토교통부·윤성규 환경부 장관,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인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그리고 관련 기관 및 협회·업계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윤두현 홍보·안종범 경제·윤창번 미래전략·최원영 고용복지수석비서관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주재에 앞서 이병권 KIST 원장의 안내로 부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76년 KIST에 전달한 `과학입국(科學立國) 기술자립(技術自立)` 휘호를 비롯해 KIST의 역사와 주요 연구 업적 등에 관한 전시물을 관람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이곳은 1965년 미국으로부터 월남전 파병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1000만달러를 원조 받아 설립한 대한민국 첫 번째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라면서 "당장 먹을 게 없어서 밀가루·옥수수 원조를 받던 시대에 미래를 위해 청년들이 피 흘려 벌어온 소중한 원조자금을 투자한 곳이다. 볼펜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들던 우리나라가 그 기반 위에서 지금은 세계적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969년 KIST 준공 당시 부친과 함께 KIST를 방문했으며, 당시 사진이 현재도 KIST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KIST 방명록에 "21세기 창조경제를 과학기술로!"라고 적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