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정해진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오도된 여론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인사청문회라는 시스템이 무력화된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이다.
우리 정치는 법적절차에 의해 지명된 소신 있는 보수주의자 문창극을 합당한 이유 없이 무대 밖으로 밀어냈다.
무엇보다도 보수ㆍ진보가 제대로 된 토론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가치에 합당할 절호의 기회를 잃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제대로 된 자질검증이 아니라 마녀 사냥식 여론몰이에 희생당한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반응도 터져 나오고 있다.
보수계 원로들은 특히 악의적 보도로 인해 호도된 여론이 국가적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며 안타까워 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문 후보자의 사퇴는 사퇴가 아니라 피살이었다고 비판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제까지 박근혜 정부에 큰 힘이 되어 왔던 단단히 뭉쳐진 보수진영의 균열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싸움의 표적은 왕년의 우파 메카니즘 못지않은 좌파 메카니즘, 저질언론 새누리당 웰빙 족속들, 이들의 이익 카르텔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비겁한 포플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언론인회 정운종(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사무총장은 문 후보자는 개인적 비위나 부정부패 등 다른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의도된 악의적 보도와 이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확대 재생산하거나 여과 없이 전달한 다른 언론들의 보도로 인해 억울하게 낙마당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자 확인도 하지 않고 압박을 가한 정치권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문 후보자의 발언 동영상 전체를 보면 반민족주의자나 친일파로 매도당할 부분은 없는데 거두절미하고 오해할만한 부분만 골라 보도한 것은 문제가 크다며 언론계 전체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후보자의 낙마와는 별도로 사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언론보도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촉구했던 각계 인사들은 지난 1일 오후 KBS 본관 앞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수십여개 단체가 참가했으며 이들은 규탄대회에서 왜곡보도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사퇴했지만 사태의 파장은 길게 남을 것이다. 문창극 사건은 우리사회의 여러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으며 사건은 나라의 미래에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의 피 같은 호소는 국가개조다. 과연 이런 상태로 국가개조가 가능하겠는가? 사회는 노출된 실상을 직시하고 잘못을 반성하며 교훈을 찾아야 한다.
우리사회는 중대 결점을 노출시켰다. 후보자의 역사관을 정확히 알려면 강연 전체를 보고 당사자의 해명을 듣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종교계의 상당수가 이런 노력을 외면했다.
KBS 보도를 비롯해 사실 왜곡이 만연한데 편의적 또는 의도적으로 이를 받아 들였다.
우리사회는 이미 2008년 광우병 사태에서 잘못된 보도에 의존하는 집단적 반 지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체험했다.
이번에도 이를 반복했다. 가치관과 종교관, 역사관은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후보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하면 국회 청문회에서 검증하고 국회가 표결하라는 것이 한국사회가 정해 놓은 절차다. 헌법과 국회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 보수언론인 조갑제 대표는 박 대통령이 눈앞에 보이는 인기 때문에 원칙과 바꾸는 누를 범했다 면서 이번 일이 박근혜 정부의 최대의 정치적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진성 좋은 文學 경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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