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이후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인지라 브라질 국민들의 기대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목표는 오직 우승이었다. 우승 외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본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지만, 이 정도 결과라면 객관적으로 너무 실망스럽다. 마지막 희망이던 유종의 미도 물거품이 됐다.
브라질이 13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데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3-4위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 1-7이라는 치욕스러운 스코어로 참패했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까 싶었던 브라질 국민들의 소박한 꿈은 철저히 짓밟혔다. 차라리 보지 않았던 것이 나을 법했던 경기다.
시작부터 꼬였다. 경고 누적으로 준결승에 출전치 못했던 수비 라인의 핵 티아구 실바가 1분30초 만에 로벤을 막는 과정에서 PK를 내주며 브라질의 믿기 싫은 이야기 2탄이 시작됐다.
악마에게 홀린 듯한 `1-7 악몽`에서 깨기도 전에 실점을 내줬으니 다시 공포를 느끼는 듯 했다. 경직돼 있었다.
엎친 데 덮쳐 전반 16분 만에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이번에는 실바의 파트너 다비드 루이스가 빌미였다. 크로스를 걷어내겠다던 루이스의 헤딩이 그리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이것을 블린트가 잡아 네덜란드의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브라질이었다.
적어도 현재 브라질 대표팀에게 2골은 감당하기 벅찬 스코어였다.
네덜란드의 경기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음에도 브라질은 좀처럼 브라질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역시나 역대 최악이라 평가되던 공격진이 문제였다.
프레드를 대신해 전방에 배치된 조는 거의 유령이었다. 보이지 않았다. 교체 투입된 헐크는 건장한 체격이 부끄럽게 그저 뛰어다니는 수준에서 그쳤을 뿐이다.
아무리 네이마르가 빠졌다지만 너무 무기력했다. 물론 다른 포지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거침없었던 브라질이 잔뜩 주눅 들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수비는 걷어내기 급급했다. 공격수들은 공격하는 법을 까먹은 듯했다. 그저 종료 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처량한 모습이었다.
소박한 바람도 어긋났다. 그대로 끝나지도 않았다. 종료 직전 바이날둠에게 1골을 더 내줬다. 참담했다.
결국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남긴 잔상은 1-7, 0-3이라는 결과와 함께 축구를 무서워하던 모습이다. 브라질 국민들에게는 최악의 마무리가 됐다.
한편 오렌지 군단의 돌격 대장 아르옌 로번(30·바이에른 뮌헨)이 3-4위전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됐다.
네덜란드 로번의 활약은 경기 내내 이어졌다. 이날 10.253㎞를 뛴 로번은 순간 최고 속력 32.2㎞를 기록했다.
역습 상황에서 로번의 빠른 발을 막지 못한 브라질 수비진은 파울로 그의 드리블 돌파를 막기에 급급했다.
그는 조별 예선부터 3-4위전까지 전 경기에 출전, 무려 690분 동안 79.309㎞를 소화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 중 가장 많은 활동량을 선보였다.
단순히 많이 뛰는 것이 아니라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선보인 네덜란드 공격을 이끈 로번은 이번 대회에서 벌써 3차례나 MOM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클래스가 달랐던 로번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골든볼 후보에 올라 있다. 이날도 90분 내내 종횡무진 상대 진영을 휘저으면서 결승 진출 실패의 아픔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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