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북구 환호동에는 지난 5년간 명품미술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포항시립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꾸준한 소통의 결과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리는 포항시립미술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치열한 예술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자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김갑수 관장(57)과 함께한 금쪽같은 인터뷰. 편집자 주 ▲ 시민이 감동하는 ‘P.O.M.A’ “포항미술협회를 중심으로 각종 문화ㆍ예술 단체에서 포항에는 독립적인 미술관이 꼭 필요하다는 미술관 설립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꾸준히 호소해왔습니다. 간담회와 세미나 등을 통한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시립미술관이 포항에 자리 잡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2009년 12월 22일 포항 시민의 기대를 안고 시립미술관이 개관했다. 주목할 점은 인구 53만 규모의 도시중 포항에 가장 먼저 시립미술관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가까운 대도시 대구보다도 약 1년 정도 이른 시점에 시립미술관이 세워졌다. “어쩌면 우리나라 근대화 산업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 ‘포항’에 대구·경북 최초로 시립미술관이 들어선 것은 당연한 일 일지도 모릅니다. 지역경제가 발전하는 만큼 시민들을 위한 문화 인프라도 함께 구축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죠.” 그런 의미로 포항시립미술관은 포항시민들의 ‘문화 자부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작지만 차별화된 ‘P.O.M.A’ “미술관도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뚜렷한 색깔이 없다면 돈만 잡아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경쟁력 있는 미술관은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면 세계에서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운영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차별화된 것’은 곧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역사와 문화’의 결정체이다. 포항은 일본에 철기문화와 베 짜는 기술을 전파했다고 전해지는 ‘연오랑세오녀’설화가 전해진다. 또한 세계 철강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포항제철소의 파이넥스 공법까지 철의 신화가 계속해서 쓰이고 있다. 철의 문화적인 코드가 먼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포항을 상징하는 것 중 ‘철’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철’을 미술관의 어떤 품목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했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스틸아트’이며 ‘스틸아트뮤지엄’입니다. 궁리 끝에 우리 미술관은 ‘철’을 중심으로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특별한 정체성을 가진 포항시립미술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에 맞춰 미술관은 1년에 8~10차례 계획되는 전시 중 전반기 하반기를 나눠 두번 정도는 세계 스틸아트를 주도하는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전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번 정도지만 쉬운 일이 아니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스틸아트라고 해서 단순히 철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철의 본질을 유지하되 아이티와 디지털이 적절하게 융합돼야 합니다. 그리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야 하죠.” 지난 2012년과 2013년 각각 진행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단순히 작품이 미술관에서만 전시된다는 한계를 뛰어넘어 미술이 시민의 삶 속으로 뛰어든 좋은 예다. 차별화된 미술관 하나가 생김으로 포항의 ‘철’을 예술화시켜 연기가 나지 않는 공장을 만든 셈이다. ▲ 세계적인 ‘P.O.M.A’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故 김종영 선생의 작품 ‘전설’이 탄생한 이후 처음으로 세상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 2012년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스틸 라이프(Steel Life)’전에 전시된 것이다. 당시 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평론가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전설’의 바깥 구경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김종영미술관의 관장으로 계신 최종태 관장님께서 포항시립미술관에는 ‘전설’이 꼭 전시돼야 한다며 선뵐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우리 미술관이 ‘스틸아트’를 전문으로 하는 미술관임을 인정받은 것이죠.” 그렇다. 미술관마다 내세우는 ‘브랜드’가 존재한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19세기 이전 미술작품들을 중점적으로 내세운다. 에스파냐의 티센보르네미서 미술관은 19세기 작품들을, 프랑스의 퐁피두 미술관은 20세기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술관은 어떤 대표적인 작품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성격의 작품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따라 위치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희소성 있고 가치 있는 작품을 많이 보유해야 타 미술관과의 교류도 활발해지는 것이죠. 포항시민들에게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려면 우리 미술관도 많은 작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똑같은 예술 농사를 짓더라도 획기적이고 독특한 ‘스틸아트’를 중심으로 많이 보유한다면 세계가 찾는 포항시립미술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훗날 타 미술관에서 포항시립미술관에 작품을 빌리러 오는 횟수가 증가하고 ‘스틸아트’ 하면 포항시립미술관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포항시립미술관의 ‘갑오징어 뼈’로 만들어진 수장고에는 스틸아트를 대표할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여갈 일만 남았다. ▲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성장하는 ‘P.O.M.A’ “미술관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은 건물만 만들어졌다고 다 된 것이 아닙니다. 미술관의 속을 꽉꽉 채워야 하고 미술관의 정체성과 철학을 완성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죠.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나무를 심어 그 나무의 열매를 취하거나 그 나무로 집을 짓기 위해 오랜 정성을 기울이는 것처럼 미술관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미술관은 세계적인 명품 미술관을 만들어 가는 데 겨우 첫발을 뗀 것과 같습니다. 미술관을 만들어가는 주역은 시민들입니다. 관람객들이 미술관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애정을 쏟느냐에 따라 미술관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명품이 되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변두리 미술관으로 남느냐가 결정됩니다.” 시민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단순히 미술 종사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 시민이 주역이기 때문이다. “우리 미술관은 그런 시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입맛을 파악하기 위해 매일 드나드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성별과 나이, 날씨에 따라, 전시별 주제에 따라 어떤 전시를 좋아하는지 분석합니다. 스틸아트 전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대중적인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곁들이려 하고 있죠.” 시민들이 박수를 쳐주고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그 응원에 힘입어 미술관이 세계적인 명품 미술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친 일상을 잠시 쉬어가는 때 마음의 평화를 위해 가족 혹은 연인의 손을 잡고 가벼운 마음으로 포항시립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을 지킬 수 있는 센스만 장착했다면 P.O.M.A는 언제나 시민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박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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