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부활된 지도 20년이 다 돼 간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긴 세월이다. 이제는 적어도 지방의회가 좌충우돌식 실수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의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자기정체성이 확립돼 있어야 할 때다. 지방의회가 더 이상 여건 탓을 할 때도 아니다. 환경 탓으로 자신의 역할과 입지를 변명하기도 어렵다. 오로지 지방의회 본연의 활동을 통해 기여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지난 20여년은 지방의회 스스로 내실을 다지고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법과 제도적으로도 보완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의회의 입지가 크게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유권자인 주민들도 여전히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만하면 지방의회의 활동공간이 어느 정도 갖춰진 것이다. 문제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초창기의 시행착오가 얼마나 개선됐는가. 의정활동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이런 질문 앞에 얼마나 당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적지 않은 진전과 성취가 있었고, 평가받을 만한 활동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회 일각에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은 과연 의회 내부의 근본적이고도 의미있는 변화가 있는지 회의를 갖게 한다. 최근 이런저런 의회주변의 불미한 행태는 아직 의회의 기틀이 정립되지 못했던 십 수년 전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된 의결기관이다. 우리나라는 제헌헌법의 규정에 의해 1949년 8월 15일 처음으로 지방자치법이 제정 및 실시됐고, 1952년에 최초로 각급 지방의회가 설치됐다. 이후 1961년 5ㆍ16군사정변 이후 지방의회는 해산됐고, 그 뒤 30년 만인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되어 직접선거에 의한 지방의회의원 선거가 실시됐으나 단체장 선거는 없었다. 1995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의해 처음으로 단체장과 함께 지방의회의원이 선출됐다. 이후 지방의회의원은 4년 임기로 국회의원 선거와 2년 간격으로 치러지게 됐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 출범당시 지방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으나, 2006년부터 의정비 명목의 보수가 주어졌다. 이 같은 지방의원의 유급화는 충실한 의정활동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예산과 사업의 축소 또는 폐지에 전념하라는 뜻으로 실시됐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원 행사 때면 말도 못할 만큼 신경이 쓰인다. 의정보고회나 출판기념회가 열리면 참석자를 동원해야 한다. 성황을 이루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런 곳에 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사정사정할 수밖에 없다.”대한민국 시ㆍ군ㆍ구 의원(기초의원)들이 겪는 현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에 대한 공천을 하지 않기로 공약했고, 여, 야가 합의한 사항이다. 그러나 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에 대한 공천권을 또다시 행사했다. 기초단체의 공천권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구 당협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공천권 행사를 하고 있다. 이제 그것을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이걸 놓기가 싫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지역구 조직이며, 권력 행사의 기초이기 때문에 놓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시ㆍ군ㆍ구 의원들이 국회의원에 예속되다시피 하는 데 대해 계명대 최봉기(행정학) 교수는 “기초의원 자신과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물이 아니라 정당만 보고 뽑는 유권자의 태도와 무조건 국회의원에게 줄대기를 하는 기초의원들의 행태가 어우려져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제 내일(4일)부터 새로운 제7대 포항시의회가 전반기 원구성 절차에 들어간다. 지방의회를 원만하게 운영하려면 우선 조직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의장 1명과 부의장 1명, 그리고 4명의 상임위원장 배정 결과에 주민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원구성이 제대로 이뤄져야 주민 입장에서 지역의사를 결집·반영하고 집행부를 견제ㆍ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명을 선출하는 의장과 부의장선거에는 각각 7명과 4명의 의원들이 출마의사를 밝혀 과열양상이 우려되고 있다. ‘교황선출’ 방식인 포항시의회 의장단 선거는 출마자를 공개하지 않고 정견발표도 없이 당일 진행되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축제의 지방의회 회장단구성을 간절히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은 아랑곳 하지않고 ‘보이지 않는’, 아니 ‘보이지 않을려고 노력하는 검은손’이 의원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수가 없다. 지난 6ㆍ4지방선거 초반부터 이같은 ‘보이지 않는 검은손’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1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구사회생으로 복귀되면서 그 존재의 의미가 각인됐고 이제 제7대 포항시의회 전반기 원구성에 완력을 휘두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의원들의 지배적인 의견들이다. 포항 시민들은 시의회가 감투싸움에 멍드는 것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의원들 자체적으로 포항시의회를 이끌어 가기를 원하는 시민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지방자치가 자칮 훼손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제 포항시민들도 앞을 보지도 못하는, 생각 할 줄도 모르는, 누구의 손에 이끌려가는 3류 시민이 아닌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떤 손’인지도 충분히 알고도 남을 선진1류 시민이기 때문에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될것이다. 제7대 포항시의회 회장단 구성이 53만 시민이 바라는 변화된 원구성으로 의회를 이끌어가는 축제의 지방의회로 자리굳힘 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실시하면서 매번 의원들 간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갈등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지방의회의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은 의원들 간 상호 투표로 선출하는데 평온하게 끝내는 의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지방의회도 이 같은 일이 재연된다면 큰 문제다. 주민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나선 의원들이 출범 초반부터 자리다툼에 매달리다 보면 의회의 정상적인 운영은 어려워진다. 결국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의원들의 각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싯점이다. 자리보다 지역의 일꾼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민들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정치지형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목표를 달성하는 데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지방의회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 현상이 주민들에게 곱게 비칠 리가 없다. ‘밥그릇 싸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방의회 본래의 취지대로 리더쉽을 겸비한 인물, 각 상임위에 전문성이 있는 인물이 배치돼야만 한다. ‘보이지 않을려고 노력하는 검은 손’의 입김에 따라 지방의회가 갈등을 양산한다는 건 경계할 일이다. 김중환 상무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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