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최악의 성적표(1무2패)를 받아든 홍명보호가 쓸쓸하게 귀국했다.
사상 첫 원정 8강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1승도 거두지 못한 홍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 감독은 이날 귀국 자리에서 거취에 대해 묻는 질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힐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6월25일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2년 계약을 체결해 계약 기간이 내년 6월까지다.
일단 현재로선 협회가 부진한 성적을 거둔 홍 감독을 전격 경질할 가능성은 낮다. 협회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기간 동안 사령탑을 2차례나 갈아 치웠다. 협회도 브라질 월드컵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어 다시 한번 `경질`이라는 결정을 내리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에 대해 협회는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로선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평소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겠다"고 말했던 홍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이다. 홍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은 A매치 5승4무10패라는 참혹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역대 대표팀 사령탑 통틀어 가장 낮은 승률에 속한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6월 사령탑에 오르면서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홍명보호는 월드컵 기간 내내 `원 팀`이 아닌 `(박주영) 원맨 팀`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지난해 대표 선수 발탁 기준에 대해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전이 중요하다"고 했던 홍 감독이지만 소속 구단에서 거의 뛰지 못했던 박주영(아스널)과 윤석영(퀸즈파크 레인저스) 등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 주축 멤버들을 그대로 발탁해 원칙을 깨뜨렸다.
게다가 박주영은 5월 엔트리 발표를 한 달여 앞두고 조기 귀국해 파주 NFC에서 재활 및 부상 치료를 받으며 `황제 훈련`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협회는 "박주영 본인이 귀국 후 치료를 원했다"고 설명했지만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박주영의 대표팀 합류를 미리 발표하는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본선에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박주영을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시키면서 전술적인 면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박주영은 2경기에서 단 1개의 슈팅만을 기록한 채 고개를 떨궜다.
여기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박주호(마인츠)가 부상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했단 이유로 최초 23인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잡음이 나왔다. 박주호는 결국 김진수(니가타 알비렉스)의 부상 낙마로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윤석영에 밀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1분도 뛰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만약 홍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계약 기간을 채운다면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전망이다. 현재로서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 새로운 지도자를 선임하는 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총 16개 팀이 참가하는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호주, 오만, 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한국은 지난 2011년 대회에서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해 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유독 아시안컵과 인연이 없다. 1960년 대회 이후 54년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00년 이후 치른 대회에서 3차례 3위에 그쳤던 것이 전부다. 이웃 국가 일본이 3번이나 우승 트로피(2000, 2004, 2011)를 들어 올린 것과 대조를 이룬다.
홍 감독은 아시안컵 전망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월드컵을 통해 못했던 것은 보완하고 잘된 것들에 대해선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거취에 대한 질문에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 스스로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을 내렸단 뜻이다. 따라서 자진 사퇴든 유임이든지 홍 감독의 거취는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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