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발을 들여 놓은 후 보통 40년쯤 되면 정년퇴임을 하게 된다. 옛말로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치면, 4번 정도의 교육적 변혁을 겪는 셈이다. 필자 또한 학문중심교육과정인 3차 교육과정에서 교직을 시작한 후 2009 개정교육과정까지 겪고 있으니 교육과정으로 치면 일곱 번의 문턱을 넘은 셈이 된다. 참으로 다양한 교육방법을 접했고 교육공학적 교수방법도 접해왔지만 최근처럼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무엇인가 바뀌어 있을 것 같은 두려움에 저절로 이런 저런 신문을 꼼꼼하게 살피게 된다.
돌이켜 보니, 1998년 국민의 정부 시절에 본격적으로 학교에 인터넷이 공급되기 시작한 후 변화된 학교의 모습은 교사들에게는 신비로운 세상 이전에 또 다른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ICT 활용교육이 대두되기 전에는 슬라이드 영상기, 오버헤드, TV 등 비교적 간단한 조작 방법만 익혀 학습에 도구로 활용하면 되었지만 ICT 활용교육이 시작된 후 부터는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 조작능력으로 인터넷 정보 검색, 프레젠테이션 도구 활용 등 ICT 소양교육을 급급하게 받아야 했고 이를 교육에 활용 해야만 했으므로 많은 교사들은 이런 저런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2004년 정부의 ‘e-러닝 활성화를 통한 국가인적자원개발 추진전략’이 발표된 후 시작된 e-러닝 학습은 교사들에게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이런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교사들의 명퇴를 결심하게 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어떠한가?
e-러닝이 등장한 후 U(ubiquitous)-러닝, M(mobile)-러닝, T(TV)-러닝, G(ga me)-러닝, 스마트러닝(Smart-Learning), 쇼셜 러닝(Social Learning), 플립(fliped)-러닝 등등 각종 러닝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에는 학문적으로 어느 정도 정립된 것도 있지만 아직도 그 개념조차 논란에 있는 용어들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용어들이 생기게 된 배경은 어찌 보면 e-러닝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속성(기술, 경험, 확장, 확대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요인들을 모두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용어들이 학교 현장에 난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눈감고 무시할 수도 없는 곳이 학교이고 보니 이래저래 고민만 깊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요구를 학교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또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첫째, 교육학자들의 공격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격변하는 사회의 변화를 교사들이 일일이 알아가며 수용하기에는 너무도 벅차다. 과거와 달리 학교의 사회적 기능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로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교육학자들과 교육공학자, IT전문가, 현장의 교사들이 참여하여 이들 학습 방법에 대한 개념 정립과 우리나라 학교 현실에 맞는 활용방법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간과한 결과 ICT 활용 교육이 PPT나 인터넷을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오해하여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미국에서 활용된 ICT 활용교육 프로그램은 인텔사의 지원으로 대학교수, 프로그래머, 현장교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수년간에 걸친 프로젝트로 탄생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도 정부나 기업의 적극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둘째, 교사들의 소통이 활성화돼야 한다.
새로운 이론 정립과 교육 방법 제시가 교육학자들의 몫이라면 현장의 교사들은 자신의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공유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공개에 대한 거부감 대신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모습으로 전향하여 교사의 전문성을 더욱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 새로운 방법의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C세대와 N세대로 일컬어지는 학생들은 소위 리셋 증후군에 노출되기 쉽다고 한다. 리셋증후군이란 ‘리셋(reset)’과 증후군을 뜻하는 ‘신드롬(syndrome)’의 합성어로 컴퓨터를 초기화시키듯 현실세계에서도 잘못되거나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리셋이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주로 컴퓨터에 친숙한 세대에서 나타나며 일부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e-러닝 학습이 학교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부작용 해소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부작용 해소를 위해 우리의 전통적 인성교육 방식과 미국와 유럽에서 최근 연구되고 있는 사회ㆍ정서적 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을 통합한 형태의 새로운 인성교육이 절실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보(Infor mation)를 다루는 기기(器機)들이 발전하면 할수록 또 다른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학교에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학교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도서관 자체도 정보의 허브 역할을 표방하며 정보관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함에도 필자는 믿고 싶다. 아니, 믿는다.
본래 철학적 개념이 포함된 의미인 Ub iquitous가 ‘어디에나 있는, 아주 흔한’ 이란 의미이듯, 학습을 위해 특별한 기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필요할 때마다 학습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유비쿼터스한 매체는‘종이’다.
조시박 봉화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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