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피로 얼룩진 6ㆍ25 전쟁이 일어난지 어언 64년째 되었습니다. 오늘 노병들이 모여서 기념식을 하고 있지만, 결코 이 날이 기념하는 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날은 그 처절하였던 6ㆍ25를 다시 상기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전쟁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6ㆍ25전쟁만큼 큰 참상 안겨준 전쟁은 일찍이 없었음에도 그 전쟁을 역사의 교훈으로 가슴에 새기고 조국의 앞날을 대비하여야 함에도 서서히 잊어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망각해서도, 잊어서도 안 될 6ㆍ25전쟁, 잊혀져서도 안 될 6ㆍ25전쟁이 잊혀져가는 6ㆍ25전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64년전, 우리는 내 조국은 내가 지킨다는 일념으로 싸웠습니다. 변변한 총 한 자루 없었음에도 사생결단의 각오와 결의로 싸웠습니다. 때로는 육탄으로 싸웠기에 金日成 남침의 꿈을 패퇴시켰습니다.
6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폭탄을 시험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전쟁 불사를 외치면서 서울 불바다, 심지어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은 남의 일처럼 외면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치권은 망상에 사로잡혀 태평세월인양 허풍을 떨고 있으며 당리당략과 정파싸움으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습니다.
총체적 안보위기를 남의 일처럼 방관하고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무장해제의 수준을 넘고 있습니다.
천하유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천하가 아무리 태평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롭다. 평화를 원하느냐 전쟁에 대비하라.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 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호국사상을 숭상하고 대비하는 국가는 강대국이 되고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게을리하고 준비하지 않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사라졌습니다. 강병부국 진리는 군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군을 사랑하고 신뢰하고 참전노병들의 위국혈유의 희생을 기리고 존경하는 나라가 위대한 나라입니다.
우리 포항은 호국의 성지입니다.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린 최후방어선 낙동강의 최남단을 잇는 형산강 전투, 형산강이 뚫리면 부산까지는 하루아침에 적화되는 절체절명의 44일간의 포항지구 전투에서 조국을 마침내 지켜냈습니다. 만약 형산강 전투에서 패했더라면 대한민국은 끝났을 것입니다.
열일곱, 열여덟의 학도병 출신과 지역의 청장년들 2,301명이 고귀한 희생을 하였기에 1만5,000명의 적을 사살하였습니다. 그래서 형산강을 형산강이라 하지 않고 혈산강(血山江)으로 불렀습니다. 이 고장의 무수한 젊은이들이 꽃잎처럼 산화했습니다.
세계 150여개 국가 중에서 열두 번째로 잘 사는 나라, 전 세계가 부러워 하는 경제 대국 대한민국의 오늘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 흘려 싸운 6ㆍ25 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그 용사들을 홀대하고 외면하고 천대하고 있는 사이에 세월은 흘러 머리에는 흰이슬이 내려앉고, 허리는 휘어지고, 어느새 한 사람, 한 사람씩 유명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두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대한민국 국격에 걸맞는 지원과 함께 국가의 무한책임으로 예우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길어야 5년이고 길면 10년입니다.
오욕의 세월을 견디어 온 호국영웅 6ㆍ25 참전노병들이 정말 이대로 여러분 곁을 다 떠난다면, 그것을 보고 자란 젊은이들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누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적과 싸우겠습니까!
노병들이 살아 있을 때, 명예와 자긍심을 갖고 국가에 위해 싸웠던 그 날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자랑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특히 정치인들이 앞장서 지원할 것을 기원합니다.
6ㆍ25참전유공자회 포항지회 최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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