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직사회의 줄서기, 줄대기 논란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공무원들의 자리와 예산, 사업 추진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사와 재정 권한을 가진 지자체장이 사업의 필요성, 연속성을 고려하기 보다 자기 이름을 내세우기 위한 신규사업 추진에 골몰하면서 구태가 계속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선거기간 `활약`한 자기 사람 챙기기가 필연적인 논공행상으로 이어지면서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사회를 흐려놓고 있다. ◇“자치단체장 바뀌면 우리는 끝” 서울시 한 구청 관계자는 "구청장이 바뀌면 우리는 말 그대로 끝"이라며 "전임자 시절 이른바 잘 나갔던 사람들은 찍혀서 한직으로 가고,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없던 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임 구청장이 새로운 사업으로 자기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지 전임 구청장이 열심히 했던 사업을 이어 받으면 `전임자 뒤치닥거리나 했다`는 이야기 밖에 더 듣겠냐"며 "그러니 핵심 포지션에 있었던 이들은 내심 현직 단체장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경쟁자 측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단체장이 갈린 지역에선 4년간 승승장구했던 간부 공무원을 중심으로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괴소문이 흔하다. 박빙 승부 끝에 유정복 시장 당선자를 배출한 인천에선 현직 송영길 시장의 고향인 전남 고흥과 인근 지역 출신 공무원들이 한직으로 밀려날 각오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들은 송 시장 재임시절 감사·인사·총무·평가 등 주요 부서를 장악해왔다. 반면 유 당선자 모교인 제물포고등학교 출신 공무원들과 친형 유수복 씨의 출신학교인 동인천고등학교 출신 공무원들은 벌써 논공행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신 싸움`이 치열하다. 여기에 송 시장 취임 후 상대적으로 밀려났던 경상도 출신 공무원들도 공을 내세우며 자리 싸움에 가세해 시청이 뒤숭숭하다. ◇떨어진 편 전전긍긍, 당선되면 점령군 치열한 접전 끝에 자치단체장이 바뀐 경북 상주시와 군위군은 선거후 `인사 칼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돼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현직 단체장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만 믿고 `줄서기`했던 일부 공무원은 인사태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남 군위군의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에게 최대 관심사는 승진 등 인사"라며 "선거 후 한직으로 좌천 될까봐 항상 신경쓰인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장성군청 한 직원은 "선거에서 이긴 쪽은 벌써부터 승진이나 보직 등 이른바 전리품 챙기기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지만 패한 후보 측은 좌천 등 보복성 인사 얘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후 선거판세가 박원순 현직 시장 쪽으로 기울면서 서울시는 패갈림이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박 시장이 임기 중 집중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몇몇 부서에서 구설이 있었다. 참사 전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박 시장을 앞서는 여론조사가 몇차례 나오자 시장이 바뀌면 사업이 대폭 통·폐합될 수밖에 없다면서 고위 공무원이 사업 이해관계자들을 `하대`했다가, 판세가 바뀌자 태도가 돌변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인사권자인 자치단체장과 통상 운명을 같이 하는 산하 공공기관장들은 가시방석을 버티면서 잔여임기를 채울지, 사표를 제출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논공행상의 달콤한 유혹…“실세를 찾아라”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재선과 함께 최근 지역 체육계 안팎에선 이 지사 선거캠프에 합류했던 체육계 인사들이 차기 충북도체육회 요직을 차지할 것이란 소문이 나돈다. 모 고등학교 교장 출신인 A씨가 도 체육회 부회장을, 또 다른 교사 출신 B씨는 도 체육회 사무처장이 유력하다는 식이다. 이미 체육계 내부에서도 이 같은 소문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제주도에선 민선 4기 새누리당 소속 도지사(김태환) 시절 중용돼다 5기 우근민 전 도지사 시절 한직을 전전하던 고위직 A씨가 이번에 당선된 새누리당 원희룡 도지사 체제에서 요직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선 벌써 "A씨가 복귀하면 그동안의 설움을 다 풀지 않겠냐"며 전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논공행상을 넘어 당선인 측 `실세 찾기`도 반복되는 구태다. 의외 후보가 당선되면서 줄대기를 위한 지연, 학연 등 인맥을 총동원하는 일이 벌어진다. 광주시에선 선거전 내내 우세를 보이던 강운태 현직 시장이 낙마하고 시민사회계에서 활동해 온 윤장연 후보가 당선되면서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모 과장이 윤 당선자와 가까워 민선6기 `최대 실세`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본인이 기자들을 찾아와 "사실이 아니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도 감지된다. 사상 첫 진보교육감이 탄생한 충북에선 그동안 비주류로 평가받던 캠프 측 일부 교육계 인사들이 김병우 당선인의 승리와 함께 본청에 입성한 반면, 며칠사이 충북교육청 내 교육공무원들의 명퇴가 잇따르고 있다. 마찬가지로 처음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인천에서도 그간 보수색이 강했던 시교육청 공무원들이 초긴장 태세다. 선거기간 일선 학교 교장들이 보수 진영 김영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대신 반대편 인사들이 대거 교육청에 입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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