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에 따른 여권 내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청와대가 새 총리 후보자 물색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오후 안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후임 인선을 지시했으며, 이에 청와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을 받는 등 새 총리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이처럼 안 후보자 사퇴 하루 만에 새 후보자 물색에 나선 것은 정홍원 현 총리가 여객선 ‘세월호’침몰 참사 발생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辭意)를 표명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 후임 인선이 계속 늦어질 경우 국정운영 동력이 더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권 안팎에선 새 총리 후보자로 그간 박 대통령이 선호해온 법조계 출신보다는 정치권 출신 인사의 발탁 가능성이 우선 거론되는 분위기다.
김용준 전 후보자에서부터 정 총리, 안 전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박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했던 인사들은 법조 경력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었지만, 고위 법관 출신 인사에 대한 ‘전관예우’문제가 안 전 후보자 사퇴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일부러라도 법조계 출신 인사를 총리 후보로 고르려고 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새 총리는 사회부총리 및 국가안전처 신설 등 앞으로 박 대통령의 정부조직 개편 방침에 따라 달라지는 정부조직 내에서 공직사회 개혁 등의 국정 어젠다(의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조기에 정착시켜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된다는 점에서 “관료나 학자 출신보다는 정무 감각과 추진력 등의 면에서 강점이 있는 정치인 출신 인사가 적합하다”는 평이 나온다.
또 정치인 출신 인사들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검증’을 통과한 경험이 있어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야당의 예봉(銳鋒)이 상대적으로 무뎌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가 있다.
이에 따라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선 친박(친박근혜)계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김무성 의원과 이인제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첫 총리 후보 물색 당시 안 전 후보자와 함께 후보군에 포함됐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 총리 후보 인선에서 출신 지역 안배 문제가 주요 기준의 하나로 적용될 경우엔 호남 출신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비롯해 충청 출신의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그리고 강원 출신의 김진선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장, 제주 출신의 제주 출신의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이 총리 후보군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남 함안 출신의 안대희 전 후보자가 지명되자마자 정부 요직에 ‘PK’(부산ㆍ경남) 인사 일색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동안 청와대는 “출신 지역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을 데려다 쓰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탕평인사가 아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필두로 현 정부 고위직 인사들 중 가운데 유독 PK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온 상황인 만큼 “새 총리 후보 물색과정에선 출신 지역도 따져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영남이나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 출신 인사를 총리 후보로 발탁할 경우 ‘통합’의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박준영 전남지사 등 일부 야권 인사들을 총리 후보군 하마평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정치권 안팎에선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개발을 도왔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나 국민권익위원장 재임 시절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이른바 ‘김영란법(法)’을 제안했던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의 이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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