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磨斧作針)이란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이백의 일화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다.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참고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취할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현대사회처럼 편하고 쉽게 얻는 세상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운 말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바늘 하나를 만들기 위하여 절굿공이를 가는 것은 현대의 기준에서 바라보면 참으로 비효율적인 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바늘을 만들 수 있는데 미련스런 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니 하지만 중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정신 자세는 성공의 기본으로 오늘날 꼭 되새겨야할 덕목이다. 최근 우리사회 분위기는 공직사회가 세월호 참사로 국민적 불신과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물론 형식주의, 무사안일, 권위주의, 철밥통 문화, 책임 떠넘기기 등에 젖어 있다는 비난을 사면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완전히 새롭게 개조,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신분보장제 철폐’를 포함한 강도 높은 개혁안이 제시되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재난 대응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대안 카드로 내놓는 등 관료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이 각종 민원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의해 처리하고 있는 지금의 방법들이 과연 옳으며, 또 그것이 항상 옳은 것인가에 대해 정말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과 안전문제의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탁상행정이 아닌 일상의 현장에서 근본적인 예방책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철저한 현장 확인 주의다. 대충 문서화 해놓고 먼지를 쓴 채 꽂혀있는 매뉴얼과 기준을 현장 확인절차로 바꿔야한다. 한편 공직사회 개혁이 공무원들만의 몫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을 때, 공직사회의 개혁은 실질적으로 진일보할 것이다. 특히 우리에게 규제개혁이든 안전이든 무엇을 바꾸려 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자세는 없을 것이다. ‘짐을 많이 지면 먼 길을 못 간다’는 속담은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작심삼일과 같은 상황을 미리 경계하고자 하는 지혜로운 경구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근본적인 개혁도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과제를 목표로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하는 그 순간까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정신이어야 한다. 물론 공무원 사회에서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변화를 꺼리는 공무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혁은 꼭 해야 할 일이다.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슬로시티(slow city) 상주시가 개혁의 선두주자가 되어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실천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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