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축구계를 지탱하는 두 대들보의 첫 만남은 짧지만 강렬했다. 국가대표팀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박은선과 지소연의 시너지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꿈의 조합`이라는 수식은 괜한 게 아니었다. 비록 3경기만에 `개점 휴업` 했지만 다음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베트남에서 열리고 있는 2014 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예선 3경기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윤덕여호`를 대회 4강으로 견인한 `꿈의 조합`은 이번 대회에서 더이상 볼 수 없다. 지소연이 4강 이후 경기를 뛰지 못한 채 20일 잉글랜드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FIFA가 지정한 A매치 캘린더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첼시는 소속 선수인 지소연을 국가대표팀에 보내야 할 의무가 없다. 조별예선 3경기 출전도 대한축구협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배려한 것이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미얀마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태국, 중국전으로 이어진 조별예선에서 지소연-박은선 조합을 모두 가동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여자 프로리그에 진출한 `지메시` 지소연과 남자축구계의 박주영과 비견될 정도의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박은선이 뭉치자 확실히 위력이 달랐다.
2승1무를 기록하는 동안 6골 무실점. 조별예선 3경기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표다. 강호 중국과의 3차전은 0-0 무승부에 그쳤으나 미얀마를 12-0, 태국을 4-0으로 대파하면서 달라진 공격력을 자랑했다.
박은선과 지소연이 그 중심에 있었다. 박은선은 5골, 지소연은 2골을 넣었다. 당장 보여준 골 자체도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고무적인 것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다.
아시안컵 이전까지 박은선과 지소연이 대표팀에서 한 번도 함께 뛰지 않았다. 박은선의 마지막 A매치는 2005년이다. 지소연의 A매치 데뷔전은 2006년 10월30일 마산에서 열렸던 피스퀸컵 캐나다전이었다. 여자축구계의 두 대들보는 서로 엇갈렸다.
박은선이 개인적인 방황에 빠져 대표팀 호출을 받지 못한 뒤로는 지소연 홀로 고군분투했다. 59경기에서 28골을 뽑아낸 지소연은 `메시급` 활약을 펼쳤으나 외로웠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잔부상도 많았다. 하지만 박은선이 돌아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장신의 공격수와 빠르고 재기 넘치는 공격수가 뭉친 `빅 앤드 스몰`의 조합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역할에서는 전형적인 `빅 앤드 스몰`과 차이가 있다. 주로 `빅` 공격수가 포스트 플레이에 주력하고 `스몰`이 2선이나 측면에서 돕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박은선-지소연 조합은 다르다. 신체조건이 좋은 박은선은 포스트만 고집하지 않고 활동 폭을 넓혔고, 유럽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중을 불린 지소연의 박스 안 플레이도 힘이 넘쳤다.
상대로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박스 안에서의 견제로도 벅찬 박은선이 2선과 측면으로 빠지고, 침투만 막으면 될 것 같던 지소연이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니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덕분에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가 많이 열린다는 것도 중요한 득이었다.
실전에서 호흡을 맞춘 시간은 분명 부족했다. 하지만 앞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박은선-지소연 `꿈의 조합` 덕분에 한국 여자축구는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FIFA 여자 월드컵에 출전한다. 2015년 6월6일부터 7월7일까지 펼쳐진다. 짧지만 강력한 임팩트를 선보인 `꿈의 조합`의 위력은 1년 뒤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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