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팀과 하위 팀끼리의 승부는 치열하지만 상ㆍ하위 팀간의 거리는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다. 윗동네와 아랫동네의 구분이 명확해지는 것이 올 시즌 초반의 특색이다.
아직 초반이긴 해도 올 시즌 프로야구는 상위팀과 하위팀의 구분은 분명히 갈린다.
4강1중4약의 모양새다. 각 구단 별로 35~41경기 씩을 소화한 가운데 5위 롯데를 가운데 놓고 위로 삼성, 넥센, NC, 두산 등 4개 팀은 1.5게임 차의 치열한 선두 경쟁을, 아래로 KIA, SK, 한화, LG 등 4개 팀 역시 3.5게임 차의 박빙의 승부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4위 두산과 5위 롯데의 간격은 2게임, 6위 KIA의 간격은 시나브로 5.5게임까지 벌어졌다. KIA가 앞으로 몇 차례의 연승과 함께 한 달 이상 죽어라고 달려야 겨우 줄일까 말까한 차이다. 두산과 꼴찌 LG의 승차는 9게임차.
벌써 한쪽에서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팀은 몰라도 탈락 팀은 쉽게 구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만큼 상하위 팀간의 격차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화제의 팀은 4위 두산이었다. 두산은 파죽의 7연승을 기록하며 선두 경쟁에 합류했다.
시즌 시작과 함께 돌풍을 일으킨 넥센과 NC가 여전한 건재함을 과시했음에도 두산은 팀 타율 3할을 넘는 무서운 공격력으로 연승을 이어갔다.
조용했던 삼성도 5연승을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최근 10경기 중 7경기를 승리하면서 강자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승률도 유일하게 6할대(0.629)를 유지하고 있다.
선두 삼성과 2위 넥센, 3위 NC의 승차는 1게임, 4위 두산간의 격차도 1.5게임에 불과하다. 단 한 번의 경기, 단 한 순간의 승부처도 허투루 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를 펼쳐야 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 화제가 된 팀은 LG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까지 올랐던 LG는 시즌 초반 몰락했다.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느닷없이 중도 하차했다. 선수들은 단체로 삭발을 하며 의지를 다졌지만 백해무익.
결국 양상문 해설위원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양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롯데와의 3연전에서 2승1패를 한 뒤 나흘 동안의 휴식기에 들어갔다. 얼마나 팀을 바꿔 놓을 수 있을지 새로운 관심거리다.
SK의 추락도 심상치 않다.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로 곤두박질했다. 시즌 초반 선두 경쟁을 펼치던 모습이 싹 사라졌다. 박진만, 조인성, 스캇, 울프가 줄줄이 부상으로 나자빠진 탓도 있지만 잠깐 사이에 투타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수비도 엉망이다. 결국 7위까지 떨어졌다. `이만수호`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난파 직전`까지 간 셈이다.
6위 KIA와 8위 한화 역시 `희망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몇 년 동안에 걸쳐 제대로 된 신인 선수들을 수급하지 못해 예비 전력조차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부상 선수나, 부진한 선수가 나왔을 때 2군에서 올린만한 카드가 없어 양 팀 사령탑은 긴 한숨만 내쉬고 있다.
`4강1중4약`의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타자 도입을 포함, 강력한 공격 야구의 특성을 보이는 올 시즌 특성상 `4약`의 반등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볼 스코어`라 불리는 대량 득점 경기가 속출하는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문제는 이런 양상이 프로야구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한 관계자는 "스포츠가 재미있는 것은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며 "전반적으로 박빙의 순위 싸움이 펼쳐져야 할텐데 초반부터 격차가 너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20득점 이상의 경기가 자주 나오면 관중들이 식상해 질 수 있다"며 "이처럼 많은 점수가 나는 경기가 이어지면 단기간에는 관중들이 좋아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하위 팀 팬들의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올해와 비슷한 시기에 삼성과 넥센의 선두 다툼, KIA 두산 롯데 SK LG의 중위권 경쟁, NC와 한화의 탈꼴찌 싸움 등 세 개의 덩어리로 구분된 상태에서 흥미거리를 유발했다. 선두와 최하위의 간격은 13게임 이상이었지만 중간에 있는 팀 간 승차는 3경기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벌써 시즌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시기 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스포츠는 변수가 많다. 장기 레이스는 선수 부상 등 돌발 변수가 워낙 많다"며 "아직 남은 경기도 많은 만큼 순위은 한참 더 지나야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며 속단을 경계했다.
`4강`의 상승세를 `4약`이 꺾을 수 있을까. 현재 전력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견해처럼 변수는 많다.
연승과 연패의 조건에 따라 상위 팀도 한순간 하위권으로 밀려날 수 있고, 하위 팀도 어느새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래야 올 시즌 프로야구가 더욱 관심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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