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가 우여곡절 끝에 비준됐다. 이로써 한국은 한ㆍEU FTA와 더불어 본격적인 FTA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비교우위 원리에 기초한 FTA는 필연적으로 비교열위에 있는 품목의 장기적인 도태를 예고한다. 따라서 반대의 목소리는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당연하다. 하지만 한ㆍ미 FTA에 대해서는 유달리 많은 반대와 비판이 있다. 돌이켜보면 그러한 반대와 비판들이 협상단계에서는 더 깊은 성찰의 기회도 주었다. 이제는 새로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작금의 FTA 정국을 총선과 대선에만 연결시키는 작은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한ㆍEU FTA와 한ㆍ미 FTA가 가진 문명사적 의미를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여 다시 기로에 선 대한민국를 더 나은 국가로 만들어 후대에 물려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큰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22일 한ㆍ미 FTA 비준안을 처리 중이던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이 터졌다. 이전에 국회 몸싸움 과정에서 등장했던 전기톱(2007년), 해머(2008), 쇠사슬(2009년) 같은 흉기들은 희의장 출입을 막거나 막힌 회의장을 뚫기 위한 도구들이었다. 이에 비해 과격시위 진압이나 군사작전에 쓰이는 최루탄은 동료 의원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물질이다. 1987년 민주화를 외치며 시위하던 연세대 이한열군이 같은 종류의 최루탄에 뒷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그런데도 최루탄을 터뜨린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그것밖에 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면서 “폭탄이라도 있다면 한나라당 일당 독재 국회를 폭파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민노당도 “국민의 분노를 대변한 것”이라며 김 의원 행위를 감싸기 바쁘다. 김 의원이 폭탄까지 들먹인 것을 보면 앞으로 국회에서 최루탄 이상의 것들이 등장해 사상자가 난다 해도 전혀 놀랄 이유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보는 국민들은 국회폭력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이러단 화염병 던져 국회를 불 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진 사건은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외신들은 ‘최루탄까지 등장한 한국 국회’ 수준을 앞다퉈 전했다. 이러다보니 운동권의 아지트로 변한 국회 외통위에는 베란다에 오줌 페트병까지 수두룩했다는 언론의 보도다. 외교 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은 지난 22일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처리되기까지 23일 동안 민주ㆍ민노당 의원과 보좌진에 의해 점령당했다. 지난달 31일 점거를 시작한 그들은 한ㆍ미 FTA 비준안이 통과 된 직후인 22일 오후 5시쯤에야 철수했다. 그동안 민노당 보좌진이 문 밖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가운데 민노.민주당 의원과 보좌관 5~6명이 번갈아가며 회의장 안을 ‘사수’했다. 23일간 이곳은 ‘야당의 해방구’ 였다. 우리 사회엔 김 의원과 민노당처럼 한ㆍ미FTA를 절대 해선 안 될 악(惡)으로 여기는 소수파가 있다. 소수 의견도 존중하는 것이 민주사회다. 그러나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민의(民意)의 전당에 테러를 가하는 행위까지 용납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우리 국회가 보여준 한ㆍ미 FTA 비준 장면은 이런 여망에 대한 낙관을 불허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의 노동법 처리나 노무현 정부 시절의 탄핵처리가 불러온 후폭풍을 기억하면 더욱 그렇다. 이 시점에서 여야는 한ㆍ미 FTA가 이명박 정부의 업적인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유산이라는 사실을 서로 인정하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국정홍보처를 폐지한 이 정부가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군사작전처럼 치러진 표결처리의 성공을 자축하기에 앞서 과거 노무현 정부가 한ㆍ미 FTA를 추진할 당시, 지금의 여권에 회자됐던 갖가지 억측들도 준열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전환점에 선 대한민국, ‘어데로 갈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끝자락 마무리 국회에 통 큰 멋진 큰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답답한 국민들의 과욕인가 무리수 인가? 배동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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