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달 4월’이 가고 눈부신 청춘의 달 5월이 왔다.
악몽 같았던 4월의 암울함을 떨치고 맑고 푸른 하늘이 열린 5월의 아침을 맞아 새로운 기분으로 산을 찾는다.
사계절이 모두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계절마다 즐기는 산행이 더욱 묘미가 있다.
연둣빛 나뭇잎들이 더욱 짙어지고 우거진 숲속으로 반짝이는 햇살 더욱 따사로운 산속에는 때 만난 산새들이 찾아온 산객들을 반긴다.
5월의 산은 그 산색만큼이나 싱그럽고 희망찬 열림의 장이다.
꽃샘추위도 뜨겁게 작열하는 무더움도 없는 절묘한 시기가 5월 산행의 백미임을 다들 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이 5월의 산을 즐기기에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꽃다운 청춘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영혼의 안식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음에 오늘도 우리는 죄인이 되어 머리 숙일 수밖에 없다.
4월의 잔인함을 잊을 수 없는 것이 어디 필자만의 마음일까?
온 국민이 넋 잃은 병자(病者)가 되어 방황하고 있고 표류하는 대한민국호(號)의 침몰에 망연자실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산에 간다.
산은 우리를 거부하지 않는다. 나약한 우리를 감싸 안아 준다.
더욱이 5월의 산은 따스함과 감미로운 산바람으로 폐허가 된 우리들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메마른 가슴에 단비 같은 촉촉함으로 우리를 치유해 주는 산이 있어 살아가는 맛을 찾는다.
산이든 바다든 인간이 찾아 나서는 곳에는 반드시 자연과의 약속이 먼저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어김없이 대가가 따르기 마련인 게 자연의 이치다.
자연과의 약속,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산에서의 순리나 바다에서의 순리도 마찬가지로 자연법칙과 인간 본연의 기본을 충실히 따라야 함이 첫째일 것이다.
고요한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도 기본이 있고 평범한 산에 오르는 것도 기본이 있는 법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는 기본이 없었다.
우리 산악인들이 당하는 산악사고에도 자연을 역행하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 행동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다.
우리사회에서도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아 생기는 국민적 손실과 국격(國格)의 훼손이 얼마나 많은가?
기초적인 질서를 지킴으로써 국가의 근간이 살아남음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신록이 짙어지는 5월의 산을 가며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순리(順理)가 너무도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송화(松花)가루가 노랗게 흩날리는 산길에 이름 모를 야생화가 웃으며 맞아주는 아름다운 산행으로 심란한 일상의 허물을 벗고 싶다.
더없이 맑고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산비둘기의 날개 짓 속으로 희망찬 젊음이 번득이고 5월의 노래가 산속을 맴돌며 피어나는 한낮의 산은 평화 바로 그것이다.
2014년 5월은 우리에게 진정 새로운 변화와 깨달음이 필요한 날이다.
잔인한4월을 보내고 맞은 이 5월은 가슴 찢어지는 상처를 아물게 하고 다시 피어나는 환희의 미래를 펼치는 그런 날이었음 좋겠다.
5월의 산, 언제 보아도 가슴이 펄떡이는 벅찬 감동이 진하게 퍼져나가는 상쾌한 마음으로 맞는 산이다.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하더라도 이 만큼 고동치고 설레게 하는 계절이 또 있을까? 산은 언제나 정직하다.
그러나 약속을 어기면 용서가 없다.
바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꾸만 되씹어지는 이번 세월호 참사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산행에도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산을 다니는 산악인들도 이번 일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리를 이끄는 리더(Leader)는 더욱 명심하여야한다.
책임과 희생이 따르지 않는 리더쉽은 언제든지 무리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음을 5월의 산을 오르며 떠올려 본다.
세월호 희생자와 며칠 전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친구가 생각나 불가(佛家)의 노래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정든 우리 고운님 멀리 떠납니다만
마음이야 어찌 보내 오리니까
잘 가소서 부디 편히 가소서
연꽃같이 맑으소서
우리 고운님 우리 고운님
웃으며 보내오니 우리 잊지 마소서’
- 찬불가 ‘고운님 잘 가소서’-
경북산악연맹 수석부회장 김유복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