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민ㆍ관ㆍ군 합동구조팀의 실종자 수색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으나 절망만 깊어간다. 사망자의 시신만 잇따라 수습되면서 해당가족은 물론 국민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이번 사고는 워낙 엄청나고 충격적인 것이어서 수습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크고 작은 사고와 사건은 작은 하나의 실수나 어긋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었다. 여객선의 운항과 구조 활동, 사후대처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부실 투성이다. 기본원칙과 규범, 상식을 찾아볼 수 없고 모순과 비리, 안일무사, 적당주의 등이 난마처럼 얽혀 발생한 예고된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는 말이 여객선이지 맘껏 돈을 벌기 위한 화물선이었다. 여객선에 실어야 할 규정상 화물의 4배에 가까운 화물을 잔뜩 쌓아올렸다. 화물적재 후 고정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화물은 배가 기울면서 한쪽으로 밀렸고, 복원력을 잃은 세월호는 침몰을 면치 못했다. 명색이 이 나라 최대 여객선이었으나 20년된 수입 고물 배인 점도 어처구니가 없다. 그마저 들여온 고물 배를 개조해 선실을 증축하는 바람에 배 아래쪽에 있어야 할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 복원력이 떨어지고 말았다. 선장ㆍ선원들은 비상훈련은커녕 기본 매뉴얼도 모르고 있었다. 이 배가 속한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쓴 교육훈련비는 54만 1000원에 그쳤다. 세월호가 침몰한 곳은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조류가 빠르다는 ‘맹골수도(孟骨水道)’였다. 하필이면 이곳 운항을 입사 4개월째인 3등 항해사가 맡았다. 수많은 승객들의 안전은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안타까운 것은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골든타임만이라도 제대로 사용했다면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고 신고를 엉뚱하게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먼저 하는 등 10-30분에 걸친 생명의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선장과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제 살길 찾아 줄행랑을 쳤고, 구조작업은 말만 요란했지 속수무책이었다. 사후대책도 엉망이다. 희생자과 실종자, 구조자 통계마저 뒤죽박죽이고 희생자 시신이 뒤바뀌기도 했다. 해외 주요 언론은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나는 침몰사고가 21세기 한국에서 발생했다며 조롱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가 재난대응 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보며 국민들은 불안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형 사고를 겪을 때마자 총체적 부실문제가 수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때가 지나면 원위치로 돌아간다. 이번에도 이를 반복할 것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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