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에 곰과 호랑이가 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누가 오래 견뎌 인간이 될 것이냐를 두고 내기를 한 적이 있다. 당연히 호랑이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왜냐하면 곰은 잡식성이고 호랑이는 육식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구도 이 어처구니없는 설화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세상에 완전하게 공평한 룰은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기 위한 교훈이 아닐까? 얼마 전 소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예상보다 성적은 낮았지만 4년 동안 최선을 다해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견뎌 낸 모든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금메달에만 열광해 온 경향을 보인 우리 국민들이 이번 올림픽에서는 출전한 모든 선수들을 격려하는 한층 성숙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김연아 선수는 소치에서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따면서 우리를 달래주며 위로해 주었다. 아쉽고 서운하겠지만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위로받아야 할 김연아 선수가 오히려 국민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을 위로해야 하는 정치인이나 지도층들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로 야기된 사회 내 집단적 ‘트라우마’현상이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적 증오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이는 실종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슬픔과 걱정, 해당 선장과 정부를 향한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혼재됐던 사건 초기 양상과는 달리 점점 극단적인 증오의 정서만이 사회 전반에 걸쳐 증폭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정치권은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된 뒷북 입법에 나서면서 한편으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그 누구보다 사태 수습에 힘을 모아야할 국회의원들조차 책임전가에만 급급한 구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구조선이 도착하자 선장과 선원 15명은 가장 먼저 탈출했다. 배에 남아 승객 대피를 돕다 숨지거나, 실종된 선원들은 승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들이었다. 구조 이후에도 신분을 숨기거나, 지폐를 말리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 경찰 조사 과정에서 책임전가 발언을 내놓은 선장은 ‘살인행위’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침몰 참사와 같은 공동체 운명과 지역미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리더의 역할론은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이번 6.4 선거에서 ‘잣대’가 될 만하다. 중생이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하거나 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인정이나 승복은 포기나 굴욕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정부의 우유부단함이나 대통령의 선거공약 번복 등 스스로 비난을 자초한 면은 크게 비판 받아 마땅하다. 또한 지역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이번 6.4 선거에서 지역적 특성을 무시한 채 이해득실로만 선정의 잣대를 삼는 듯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이나 지도층,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논쟁이나 토론에서는 치열하게 부딪치더라도 한 번 결정된 일에는 깨끗이 승복하는 보다 성숙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그것이 승복(承服)의 미덕(美德)일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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