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현장 방문 이후 공개일정 최소화
장기화 땐 국정운영 동력 상실 우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1주일째인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일체의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사고 수습에 진력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당초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의 오찬을 예정했었으나, 세월호 사고에 따른 실종자 수색 등 그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이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각 수석비서관실로부터 사고 실종자 수색현황에 관한 보고를 받는 한편, 그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 등 부처별 대응 조치 상황을 함께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국가안보실을 통해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 등을 동원해 (탑승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어 같은 날 오후엔 정부서울청사 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긴급 방문, 탑승자 구조 등 현황을 보고받고 "생존자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17일엔 해경 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직접 살펴본 뒤 군(軍)과 해경 등 관계자들의 실종자 수색·구조 활동을 거듭 독려했으며, 실종자 가족들과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하고 이들을 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따로 당초 17일 열릴 예정이던 박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장 워크숍`은 무기한 연기됐으며, 박 대통령은 18일에도 `고용 창출 우수 기업` 대표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취소하는 등 공개 일정을 최소화한 채 청와대에서 실시간으로 사고 관련 상황을 챙겨왔다고 한다.
실제 사고 발생 이후 1주일 간 박 대통령이 진도 현장 방문 외에 청와대 밖으로 나간 건 주말이던 지난 19일 오전 제54주년 4·19혁명 기념일을 맞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일부 수행원들과 함께 서울 수유동 소재 4·19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게 전부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일부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 20일 `정부 당국의 실종자 수색·구조활동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며 청와대 항의 방문을 시도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이자,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사고 희생자 등에 대해 거듭 애도의 뜻을 표시하면서 사고 원인 파악에서부터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책 마련, 공직 기강 확립 등 그 수습에 필요한 각종 조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18개 항목으로 재분류해 항목별로 각 수석실이 책임지고 정부 관련 부처를 통해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주문해놓은 상황. 청와대가 정부 부처에 하달한 대통령 지시사항엔 △사고 희생자·실종자 가족에 대한 편의제공 및 의료상담 지원 강화(해양수산부·보건복지부·교육부)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 보는 공무원 퇴출 조치(국무총리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법무부) 등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지시사항과 그에 따른 제도 개선 등의 후속조치를 늦어도 다음달(5월) 중엔 모두 이행토록 한다는 방침.
청와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은 당장 가능한 것부터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독려해나갈 것"이라며 "사고로 자녀를 잃은 학부모 등 가족들의 슬픔을 다 헤아리기엔 부족하겠지만, 정부로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는 자칫 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 상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 또한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고 수습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사과 또는 유감의 뜻을 밝히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현 정부가 4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로 `국민행복` 실현을 내세우면서 그 주요 전략 및 과제로 재해재난 예방·관리 등 `국민안전`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관계 당국은 이번 사고 초동대처 과정에서 탑승자 및 구조자 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비통함 심경과는 대조되는 부적절한 언행을 보여 여론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앞서 세월호 사고 상황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시도해 물의를 빚었던 안전행정부 소속 송모 국장의 경우 의원면직 형태로 옷을 벗어야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관계 부처 장관 등 다수의 정부 부처 고위직 인사들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일단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그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함께 그 대응 과정에서의 잘잘못이 어느 정도 가려진 뒤엔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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