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서 생선구이집을 운영하는 손모(48ㆍ여)씨는 대화 도중에도 틈틈이 식당 한켠에 있는 TV를 통해 침몰한 세월호에서의 실종자 구조 상황을 확인했다. 그의 조카도 제주도 수학여행을 위해 세월호에 올랐다가 함께 사고를 당했으나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조카는 친구의 소식들 듣고 식사도 거른 채 울기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씨는 “한집 걸러 한집 애들이 사고를 당했다”며 “지금 이 동네는 난리가 났다. 고잔동 전체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원고 학생과 부모들도 우리 가게 와서 외식을 하곤 했다”며, “그렇게 안면을 튼 부모가 진도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TV에서 봤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일주일째인 22일 안산 단원고 앞 문구점에는 팔리지 않은 주전부리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학여행 전 들러 부모님께 보낼 편지지를 고르던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던 문구점이었다. 7년째 문구점을 운영한 50대 여성은 “아이들이 배 위에서 폭죽놀이를 하며 추억을 만들 생각에 들떠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사하면서 아이들을 몇 년째 봐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학교 앞은 침묵이 흘렀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말을 아끼거나 소리를 죽여 말했다. 밤새 교문을 밝혔을 초들은 모두 타버려 꺼진 채로 녹아 있었다. 조문객들이 남기고 간 국화꽃이 풍기는 향기는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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