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완연한 봄기운을 활짝 열어젖히는 계절이다. 봄철 섬 산행이 아름다운 꽃과 푸른 바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을 따라 오르내리는 아기자기한 암릉에다 훈훈하게 불어오는 봄바람까지 산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필자도 지난11일 봄바람을 타고 남해안 아름다운 섬, 소매물도에 갔다. 통영과 거제에서 한려해상공원을 유람하는 유람선 선착장에 탐방객들로 넘쳐난다. 거제 저구항에서 40분정도 가면 당도하는 소매물도 뱃길에는 다도해의 이름에 걸맞은 섬들이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는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부근에서 잡은 신선한 해산물(소라, 멍게, 해삼 등)을 파는 천막가게가 군침을 삼키는 산객들 발목을 잡는다. 이른 아침 출발하면서 시원찮은 식사로 일행들이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가잔다. 싱싱한 해물이 모두를 유혹하는데 뿌리칠 수가 없다. 몇 군데 기웃거리다 청각장애인 부부가 하는 가게에서 모듬해물 몇 접시를 시켜 갖고 간 도시락과 함께 맛있게 먹는다. 바닷물이 어찌나 맑은지 해산물 맛 또한 감칠맛을 낸다. 인심 좋은 부부의 마음까지 합쳐 소매물도와의 첫 만남이 아름다웠다. 섬 전체를 돌아 등대섬까지 다녀오는 거리가 4㎞남짓 하지만 오르내림을 감안해서 2시간 반이면 충분하여 그리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소매물도의 하이라이트가 하얀 등대가 있는 등대섬 풍광이다. 하루에 두 번씩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면서 열리는 열목개 몽돌해변길이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시켜 주는 물때를 잘 알고 오면 느긋한 섬 산행을 할 수 있다. 선착장이 있는 사면 곳곳에 지어진 팬션과 카페 등이 아름답게 놓여 있는 마을 왼쪽으로 나있는 해안가 코스로 정상을 올랐다 등대섬으로 내려갔다 다시 되돌아 마을 급경사 길로 내려서면 소매물도 전 구간을 섭렵 할 수 있다.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는 섬 주변 등산로를 가볍게 걷는다. ‘폭풍의 언덕’이라는 이름의 절벽 위를 걸으며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다. 해안절벽이 움푹 파인 곳 위에 커다란 바위가 있고 그 아래 해안가에 또 다른 둥근 바위가 있어 신기하다 했는데 그곳을 ‘남매바위’라 부른단다. 남매간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전설이 있다는 얘기다. 남매바위를 지나 가파른 돌길을 한참 오른다. 뒤돌아보는 파란바다와 흰 포말을 뒤집어쓰며 꿋꿋이 서 있는 섬들과 갈매기 울음소리가 한편의 동영상으로 보는 듯하다. 깊은 산속으로 빨려 갈 즈음에 마을 뒤 급경사 길을 올라 마주하는 소매물도 분교가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지난 1969년 개교하여 1996년에 폐교된 분교는 폐허가 되어 있다. 이 자그마한 섬에서도 배움의 열정이 가득했음을 가늠해 보며 여름 같은 봄날 뜨거운 한 낮을 즐긴다. 동백나무 숲속의 느긋한 휴식을 아쉬워하며 다시 산행길을 재촉한다. 등대섬으로 가는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해안가 평탄한 코스가 있고 오른쪽으로 난 계단 오르막은 관세역사관이 있는 정상 망태봉으로 가는 길이다. 허덕거리며 계단을 오르니 조망이 훤히 트이고 등대섬이 손에 잡힐 듯 멋진 풍광으로 다가온다. 오래전 밀수 등 관세에 관한 감시소역할을 한 관세역사관이 남해바다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자리하고 있다. 151m 높이의 망태봉이 정상이다. 섬 산행의 묘미와 착각은 종종 재미난 뒷얘기를 만든다. 해발높이가 얼마 되지 않아 어렵잖게 여기다 막상 산행에 들면 어느 험산 못지않게 산행이 어려운 곳이 많은 게 섬 산행이다. 바닷가에서 시작하여 정상높이까지를 오르다보면 육지의 높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산행이 되기도 하여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더러 있다. 소매물도도 마찬가지다. 망태봉 정상에서 보는 등대섬 조망이 가장 아름답다. 쿠크다스라는 과자 봉지 뒷면에 그려져 있다하여 이 섬을 ‘쿠크다스의 섬’이라 부르기도 한다니 하얀 등대섬의 유명세를 알만하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이어주는 몽돌해변 돌길을 건너 등대섬을 오르는 계단을 지그재그로 오른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등산객들과 바위섬, 푸른 바다, 파란하늘 그리고 하얀 등대가 어우러진 소매물도의 풍광이 봄바람과 오버랩 되면서 어렵사리 찾아온 산객들에게 그윽한 평화를 만들어 준다. 주위에 있는 병풍바위, 촛대바위, 합장바위가 보는 이를 압도하고 불로초를 구하러 왔던 서불(徐不)과 얽힌 글씽이굴이 좋은 볼거리를 만들어 준다. 돌아오는 길에 소매물도 분교 교정에 있는 500년 된 후박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아래서 배낭 속 남은 먹거리를 죄다 솥아 놓고 한 순배 돌리니 상큼한 섬 산행이 아련한 꿈속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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