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비명횡사(非命橫死)로 세상을 하직한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이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전라남도 진도군 앞바다에서 6,825t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287명이 실종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총 탑승자는 475명이고 이 가운데 179명이 구조, 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국민의 가슴을 내려앉게 하는 대형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악의 사고로 꼽히는 삼풍백화점 붕괴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한 대형참사를 비롯해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줄을 이었다.
1970년에는 6개월 만에 뚝딱 지은 와우아파트가 붕괴해 잠을 자던 주민 33명이 사망했다.
‘빨리빨리’와 고질적인 부실공사가 만든 사고였다. 1994년 성수대교 상판이 붕괴돼 당시 등교하던 여고생들과 자동차 탑승자들이 대거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무리한 운항과 강풍 등으로 인한 여객선 침몰도 끊이지 않았다.
1953년의 정기여객선 창경호 침몰과 1970년에는 여객선 남영호가 침몰해 323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1993년 전북 부안 위도 부근에서 침몰한 서해훼리호 사건은 최악의 해난 참사로 꼽힌다. 서해훼리호는 당시 높은 파도로 운항이 어려워지자, 회항하려고 무리하게 배를 돌리다가 전복됐다. 정원이 221명인 배에 362명이 승선해 안전불감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03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50대 남자가 일으킨 화재로 192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12량의 지하철 객차를 모두 태워버린 대형 참사였다. 대구지하철 1호선은 앞서 1995년 도시가스 폭발로 101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이렇듯 연이은 사고가 터질때 마다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비명횡사하는 우리들의 이웃들이 늘어나는 아픈 기억들이 여직도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생생히 살아있는데 또다시 이런 엄청난 참사가 되풀이 되다니 할말이 없다.
대형사고에 따른 국민들의 심사는 불편하다 못해 허탈, 그 이상이다. 그리고 “정부의 허점투성이 재난대응”을 지적한다. 16일 오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를 맞닥뜨린 정부는 탑승자와 구조자, 실종자 수 등 사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해 온종일 허둥대는 등 재난 대응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정부가 초기 상황 파악에 실패하면서 구조작업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큰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인들을 싸잡아 입방아에 올리면서 ‘소통부재’라는 한단어로 마구 씹는다.
더한것은 우리의 비극이 남의 나라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작용한다는 현실에 분통이 터진다.
멀쩡하던 여객선이 침몰하는가 하면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가스가 폭팔하고 한강 다리와 백화점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그날들의 냉소적 코맨트를 외신들은 늘 똑같이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잘 잊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아침에 수백명이 참사하는 날벼락을 맞고도 쉽게 잊어버린다.
사건 당시에는 반짝 이를 교훈삼아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철통같은 약속을 하지만 한 달, 한 해가 지나면 너나 없이 모두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망각을 위해 기억을 포기한 듯 살고 있다. 똑같은 잘못을 거듭 되풀이한다. 우리 사회가 심각한 치매증세에 걸린탓이 아닌가?
이 모든 사실보다 더욱 억울한 것은 책임지는 정부 관계자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사건만 보더라도 대구시장은 시장되로, 경찰, 지하철공사, 정부, 누구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 역시 조사가 마무리 되어 봐야 알겠지만 과연 여객선사 말고 정부의 누구가 책임을 질런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은(殷)나라를 일으킨 탕왕(湯王)때의 일이다.
7년이 넘도록 가뭄이 계속되자 인심이 흉흉해지고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조정에서는 신령님께 기원하여 점을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며 기우제를 치러야 한다는 점괴가 나왔다.
탕왕은 “백성을 위해 기우제를 지내는데 백성을 죽일수는 없다. 백성이 필요하다면 내가 제물이 되어야 한다”면서 흰 상복을 입고 하늘에 기도했다고 한다.
탕왕은 자신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남에게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고 가뭄까지도 자기잘못으로 돌리는 헤아림을 이미 3천여년 전에 깨달았던 것이다.
지난 95년 1월 17일 일본 고베(神戶)대지진으로 사망자만 5천여명을 냈던 그날의 대참사 이후 일본은 재해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는 신제품 1천5백여종을 개발해 냈다.
화재가 발생해 전기가 나가도 수은전지 작동으로 경보음을 내는 화재경보기, 정전이 되도 남은 소량의 전류가 특수 형광물질과 작용해 30분 동안 불이 켜져 대피를 돕는 형광등, 무너진 건물에 매몰되더라도 단추 하나만 누르면 자신의 위치를 무선으로 알릴 수 있도록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을 합친 상품 등 하나같이 고베대지진 이후 현장을 샅샅이 검증해 문제를 캐낸 일본 정부가 기업에 권고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사회는 천재지변을 최소화 하지 못했던 점에 주목했다.
수백명의 귀한 목숨을 앗아간 대형참사들을 접하며 새삼 고베대지진이 생각났던 것은 줄지은 대형사고 때마다 온 국민이 인재(人災)를 탓하고 개선을 촉구해 왔음에도 ‘사람의 잘못으로 인한 억울한 주검’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것 뿐일까? 고베대지진 이후 일본사회가 보여준 일련의 일들을 보며 반복되는 우리의 인재 주범은 안전불감증도, 빨리빨리 증후군도 아닌 ‘인간 경시풍조’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재난 당국자들은 이 같은 사건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제라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놓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다시 짜야할 것이다.
인명을 우습게 보는 나라라는 모멸적인 평가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더욱이 “나는 아니다”며 허공에다 두팔을 휘휘젓는 정부당국은 국민들과의 ‘소통부재’는 아닌지 먼저 생각해야 할것이다.
김중환 상무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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