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12년 9월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사고 이후 유사 사고 예방 및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관련 법을 전면 개정하는 등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해화학물질 관리실태’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환경부 등 관련 부처를 상대로 유해화학물질의 지정ㆍ유통ㆍ사용ㆍ폐기 등 단계별 관리체계의 추가 정비를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4만종 이상이며, 매년 400종 이상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국내시장에 진입하는 등 그 사용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매년 화학물질의 독성 등 유해성을 심사해 ▲유독물 ▲관찰물질 ▲일반물질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으며, 특히 사람이나 환경에 노출될 경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은 각각 ▲취급제한물질 ▲취급금지물질 ▲사고대비물질로 지정해 별도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독물(634종) ▲관찰물질(70종) ▲취급제한물질(12종) ▲취급금지물질(60종) ▲사고대비물질(69종) 등 총 845종의 화학물질이 ‘유해화학물질’에 해당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 과정에서 합리적 기준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해당 물질의 유해성 여부보다는 국내 사용량이 많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물질을 임의로 심사 대상으로 선정해왔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 특히 환경부는 과거 일반물질로 분류됐다가 이후 새로운 독성이 확인된 물질에 대해선 유해성 심사를 다시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1,3-부타디엔 등 국내 사용량이 많은 화학물질 9종의 경우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발암성 및 생식(生殖) 독성을 이유로 유해화학물질로 지정ㆍ관리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유해성 심사 결과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일반물질로 유통되고 있었다.
이에 감사원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에게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사용량 및 유해성 등을 고려한 유해성 심사 대상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또 과거에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독성이 확인된 물질은 재심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1,3-부타디엔 등 9종의 유해성을 심사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환경부가 4년마다 거의 대부분의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화학물질 유통량 조사와 관련해서도 “그 결과를 분석ㆍ활용하지 않아 유독물 취급에 대한 신고ㆍ허가 등을 받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장(2012년 1975곳)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환경부가 2012년 실시한 제4차 화학물질 유통량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26개 사업장에 대해 현지조사를 벌인 결과, 46곳에서 유독물 영업 등록 또는 수입 신고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량을 잘못 보고한 것으로 파악된 사업장도 37곳(의심 사업장 62곳 조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의 신고ㆍ등록ㆍ허가 등에 관한 정보가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각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환경청 등에서 개별적으로 관리돼 불법 유통 등의 사례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환경부에 유해 화학물질 관리를 위한 통합 정보 시스템을 마련토록 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감사는 ‘화학물질관리법’및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시행(2015년 1월1일)을 앞두고 유독물 등 관리대상 화학물질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작년 9~10월 환경부와 고용부 소관 제도 및 업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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