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은 대통령과 규제 담당 공무원 사이의 ‘힘겨루기’이다. ‘규제개혁’은 규제 주인인 공무원이 규제에의 집착을 버려야 성공한다.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규제 혁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였다. 규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진 이날 박 대통령은 규제 생산자인 공무원을 집중 겨냥했다.
이날 회의는 오후 2시부터 9시 5분까지 7시간가량 진행됐으며, TV 생중계 형식으로 공개된 민·관 합동회의는 규제개혁의 동력인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동시에 그 대상인 공직사회를 향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규제 개혁이 일과성 이슈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규제 혁파를 위해선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변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상상을 초월하고, 규제 개혁과 관련해 공직사회를 겨냥한 박근혜 대통령의 잇단 강공 발언이 긴장 상태를 불렀다. 이러한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가 앞으로 4년간 이어진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자유도가 크게 상승할 듯하다.
그러나 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남긴 걱정은 앞으로 있을 규제개혁 문제는 규제개혁을 외치는 대통령과 규제 주인인 공무원 사회 사이의 ‘힘겨루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규제의 주인인 담당 공무원들이 끊임없이 규제를 만들어 내고,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규제를 이용하여 규제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규제에의 집착은 가히 결사적이고, 필사적으로 지켜야 하는 하나의 ‘철밥통’과 같은 것이다. 그들은 불가피한 이유로 하나의 규제를 철폐할 때는 그 대가로 둘 또는 그 이상의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을 능사로 삼는다. 그래서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규제는 결코 줄지 않고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규제를 없애려면, 모든 규제에 도사린 불필요한 동기와 철학과 사상과 이념의 뿌리를 살펴서 그 근본을 뽑아야 한다. 근본은 그대로 둔 채 규제혁파를 위해 원수, 암 덩어리, 진돗개 정신 등의 말로 협박하고 주리를 틀고 잡아 가둔다고 갖가지 규제가 국민에게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무조정실이 집계한 우리나라 규제는 지난해 말 기준 1만5070건이다. 이는 중앙정부의 법령에 근거한 규제만 집계한 것이다. 이렇게 지금과 같이 각종 규제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것은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여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세력들이 온 나라에 두루 퍼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처음에는 대학가에서 시작하여 재야로, 언론계로, 정치권으로, 노동계로, 그리고 전 국민에게로 퍼졌기 때문이다. 이들 세력이 의한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의 산업화, 전두환의 경제발전 등을 통해 이룩된 대한민국의 기적적 성취를 악을 쓰며 부정하는 선악이분법이 헌법보다 상위의 국민정서법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조국의 번영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지도자와 대기업과 기업가들을 폄하하고 악으로 억단하고, 나아가서는 태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규제 생산자에게 규제를 폐기하는 역할까지 맡긴 시스템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각종 대책은 원천적인 한계를 지닌다. 규제를 만든 입장에선 풀어야 할 이유보다 풀어선 안 될 이유가 더 많을 것이다. 규제가 없어지면 담당 부서가 없어질 수도 있다. 불필요한 규제로 장벽을 쌓아 이익을 보는 집단과 관료조직이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규제보다 많은 것이 지방자치단체 규제다. 공무원 수 대비 등록규제 수가 중앙정부의 7배다. 여기에 법적 근거도 없는 그림자 규제,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는 ‘원님 규제’, 해야 할 일에 움직이지 않는 부작위 규제의 폐해도 엄청나다. 여기엔 대통령 지시도 잘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른 규제 생산자가 바로 국회다. 이날 ‘규제개혁회의’에서 “의원입법은 황사 같은 존재”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부가 말끔히 정리해도 국회가 규제 입법을 쏟아내면 규제개혁은 성공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규제 생산자가 폐지도 주도하는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민간 역할을 키워야 한다. 역대 정권의 규제개혁이 실패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탓이다.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외쳐도 담당 공무원들이 규제 개혁을 회피한다면 무슨 수로 규제개혁을 성공시킬 수 없다.
따라서 규제개혁 지휘부에 민간 전문가, 규제 소비자들을 파격적으로 투입하고 규제 담당 공무원이 규제집착을 버리는 애국적 결단이 요구된다.
김영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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