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의 가슴 아픈 사연이 아프리카 최고의 축구 축제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잠비아는 13일(한국시간)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서 열린 아프리카내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않은 결과였다.
잠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1위의 약체였고, 코트디부아르는 빅리그를 호령하는 스타들이 즐비한 아프리카 최강(18위)이었기 때문이다.
눈물이 잠비아 선전의 동력이었다.
잠비아 선수들은 이번 대회 결승전이 열린 리브르빌에서 19년 전인 1993년 4월27일 일어난 참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예선을 마치고 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르러 세네갈로 가려던 잠비아 선수들을 태운 군용 쌍발기가 리브르빌 해안을 이륙한 직후 500m 높이에서 추락했다. 잠비아는 자국에서 최고이자 역대 최고로 불리던 국가대표 선수들을 모두 잃어 전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가봉과 적도기니에서 공동 개최된 이번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출전하는 잠비아 선수들은 결승에 오르기만을 손 모아 기도했다.
조편성과 대진을 볼 때 결승에 진출해야 참사가 불거진 리브르빌에 들어가 먼저 간 선배들의 원혼을 달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헤르베 레나르 잠비아 감독은 "리브르빌에서 결승전이 열리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우리의 목표는 결승전 진출이었다"고 말했다.
잠비아는 지난 9일 적도기니 바타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가나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신의 가호가 있다고 선수들은 믿었다. 레나르 감독은 우승이 확정된 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하늘에 새겨진 위엄, 알 수 없는 힘이 우리를 도왔다"며 "신의 가호가 우리에게 힘을 불어넣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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