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일까.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출신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새로 펴낸 책 `소셜 애니멀`(Social Animal)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2000년 저서 `보보스:디지털 시대의 엘리트`에서 미국의 신흥 문화 지식층를 뜻하는 보보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켜 주목받았다.
저자는 이번 신간에서도 인간이 판단을 내리는 기준은 지능이 아니라 무의식에서 나온다는 다소 신선한 주장을 편다.
사람들이 행복을 이루려고 내리는 수많은 의사 결정이 알고 보면 합리적 이성보다는 감정과 본능, 무의식에서 기인한다는 것.
`사회적 동물`을 뜻하는 책 제목도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몰아세우기보다는 타인과 관계 맺기를 통해 자아를 성취하는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책은 `헤럴드`와 `에리카`를 주인공으로 삼은 한 편의 관찰 소설처럼 펼쳐진다.
이들 남녀가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에 뛰어들어 청춘을 불태운 뒤 노년을 맞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시간의 흐름대로 켜켜이 쪼개 들여다본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헤럴드와 에리카는 "경이로울 만큼 멋지고 충실하게 인생을 산" 사람들이지만 천재였거나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지는 않았다.
이들의 삶은 그러나 부모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친구와 우정을 쌓고, 직장에선 동료와 협업에 힘쓰며 연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는 `관계 맺기`를 통해 행복에 이르렀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헤럴드와 에리카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도 심리학과 생물학, 사회과학, 신경과학 등 광범위한 학문을 적용해 인간의 행동 양식을 풀이해낸다.
그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도 온전히 무의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계속해서 스탕달은 수필에서 이렇게 썼다. `수정작용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완벽함을 증명하는 새로운 증거가 되는 것만 묘사하는 정신적인 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무의식이라는 척후병이 하는 일이다."(309쪽)
저자는 특히 `정책 대신 경험을 제시하라` `본성을 거스르는 시스템이 문제다`라는 소제목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수치화, 계량화하려는 현대 사회의 정책 입안자들을 향해서도 일침을 날린다.
이경식 옮김. 흐름출판. 568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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