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사람에 기생하면서 피를 빠는 이의 게놈 연구를 통해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했고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에 옷을 입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12일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 연구진은 사람의 음모에 기생하는 사면발이 연구 결과 약 300만년 전 고릴라로부터 옮아 온 것임을 밝혀냈다고 최근 열린 과학저술가 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가 많은 동물을 숙주로 삼지만 한 동물에는 한 종만 기생하는데 특이하게도 사람의 몸에는 여러 종이 기생한다면서 처음엔 사면발이가 음모에 서식했다가 점차 넓은 서식 부위에 적응해 다른 종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람과 고릴라가 300만년 전에는 서로 가까운 곳에서 살았음을 의미하는데 이 시기의 고릴라 화석이 존재하지 않는만큼 이가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인류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는지 알아보려고 머릿니와 옷니가 갈라진 시기를 추적한 결과 17만~8만년 전임을 밝혀냈다.
이는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에 이미 옷을 입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의 게놈 연구는 이밖에도 현생인류의 먼 조상과 방계 친척들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있었는지 밝혀준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이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세포의 중심부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 DNA 안에서 A와 B, C 등 세 가지 주요 분기군을 찾아냈다.
이들은 DNA의 차이를 이용해 먼 과거를 추적한 결과 이 셋이 약 200만년 전까지는 공동 조상을 가졌으나 C 분기군이 먼저 갈라져 나가고 훨씬 나중인 100만~70만년 전 사이에 B 분기군이 A로부터 갈라져 나갔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갈라진 시기와 이들 분기군의 오늘날 지역 분포를 종합한 결과 C는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하자 이들의 몸에 기생하기 시작했고 B는 네안데르탈인의 몸에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했다는 사실은 다른 유전자 연구로도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세 종류의 이는 멀리 떨어지지는 않아 몸에 이를 지닌 인류의 먼 조상이 사냥할 때처럼 상호작용이 있을 때 재결합했고 지금까지 모두 현생인류에 기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의 유전자 진화를 재현한 결과 자신들의 가설이 옳은 것으로 입증됐으며 A와 B 분기군의 게놈 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 둘이 이종교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류의 진화 역사에는 항상 동승하는 승객들이 있었다"면서 인류가 아무리 애를 써도 떼어낼 수 없었던 이의 게놈 분석을 통해 인류의 진화와 역사에 관해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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