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경북도 ‘20억 혈세’ 날려
도비와 시비 20억원을 쏟아 부은‘강철왕’ 드라마가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다.(본지 9월24일 1면 보도)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KBS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강철왕’의 편성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날 장성환 KBS TV본부장은 ‘강철왕’ 편성 계획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의 질문에 “현재로서 편성계획은 없으며 외주 제작사에 제작비 지급도 안 했고 촬영도 시작 안 했다. 기획 단계에서 기획안을 검토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결국 포항시와 경북도는 외주제작사 강호프로덕션의 중매에 KBS 측에 러브콜만 보내다 걷어차인 꼴이 됐다.
또 장 본부장은 “드라마 세트장은 완성도 안 됐다. 지자체에서 드라마 세트장에 지원을 하겠다고만 했다”고 밝혀 포항시와 경북도는 단지 기획안 검토단계에 머물고 있는 ‘강철왕’ 드라마를 두고 확인도 없이 20억원의 도비와 시비를 성급히 지급한 꼴이 돼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이동우)는 드라마 ‘강철왕’ 제작 예산지원과 관련해 드라마 방영 무산위기에 따른 협약불이행에 대한 포항시의 대처방안 문제점과 예산낭비를 방지하고자 행정사무조사를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날 KBS의 공식적인 확인에 따라 포항시나 경북도는 KBS가 아닌 MBC나 SBS 등 다른 방송사를 섭외하거나 KBS의 편성의지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로 확인돼 예산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대처방안의 모색이 시급히 요구됐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 2일 포항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포항시와 계약한 외주제작사 (유)강호프로덕션은 출자금 1천만원내 손해배상책임만 있고, 대표이사 등 임원의 연대보증이 없는 상태로 세트장에 대한 계약이행 보증 또한 2억원으로 한정돼 전액 반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강철왕’ 드라마의 불방(不放)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 장모(55, 양덕동)씨는 “KBS의 확인도 없이 강철왕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20억원을 선뜻 내준 포항시와 경북도는 뭐하는 곳이냐”며 “시민들의 혈세를 이렇게 낭비해도 누구하나 책임질 곳이 없다니 말이 돼냐”고 성토했다.
또 시민 박모(59, 흥해읍)씨는 “정치논리에 드라마 방영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았지 사태가 이정도 인줄은 몰랐다”며 “산림문화수련장에 세워진 구(舊)청와대 건물을 볼 때마다 시민들은 포항시의 행정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고 힐난했다.
강신윤기자
max0709@ks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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