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시작된 박근혜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23일로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여야가 앞다퉈 민생 국감을 내걸었지만 작년 대선과 관련한 이슈가 터져나오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정쟁`이 뜨거운 국감이라는데 정치권의 시각이 일치한다.
대선 후유증이 치유되기는 커녕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올해 국감은 국정원 대선 트윗글 의혹,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댓글`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으로 증폭되어 왔다.
일단 국감의 핫이슈로 부상한데다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어 11월2일 종료일까지 국감의 전선(戰線)에는 포연이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대선 패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작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인식 속에 대여 총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여갈 태세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야당이 한풀이식 국감을 계속하고 있어 국감이 실종되는 느낌"이라면서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고장난 대선 시계`에 머물러 있지 말고 민생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국감 이슈대응팀장인 김학용 의원은 "야당이 온종일 대선개입 의혹이라는 한가지 이슈만 갖고 국감에 임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국감인지 청문회인지 국정조사인지 알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지금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문제"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최원식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정쟁 국감이라는 새누리당의 비판은 부당하다.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재발을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복지, 세금, 4대강 등도 모두 다 현안이고 미래와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생`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야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감 후에도 정국은 홍역을 앓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면서 `국감 무용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국감이 끝나자마자 시작되는 새해 예산안 심의를 비롯해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순항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다.
정기국회가 연말까지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현 정국을 타개하는 수습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의원들은 지역구 민심을 들으며 민생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당 차원으로 가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각 당 지도부가 냉철하게 국회와 국감 본연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력과 리더십,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금애 국감NGO모니터단 총괄집행위원장은 "지금 국민이 바라는 민생, 일자리, 소상공인 정책, 사법 개혁 같은 문제가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파묻혀 하나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총·대선을 치르며 정치쇄신의 목소리를 높였던 여야가 국감 후반부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도 이목이 쏠려 있다. 적어도 전반부에는 쇄신정치와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감이 정치 이슈로 뒤덮이면서 민생 이슈는 정무위와 기재위의 동양그룹 사태와 기초연금 문제 정도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상임위가 채택한 피감기관이 630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데다 증인도 기업인 등을 무더기로 채택해 `겉핥기 국감`이라는 따가운 비판도 들어야 했다.
환경노동위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22일까지 `마라톤 공방`을 벌이는 등 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도 과거와 다름없이 재연됐으며, 의원들이 자신의 발언에만 집중하거나 막무가내로 피감기관을 혼내는 `호통 국감`도 여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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