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예산 전쟁에서 완패한 공화당의 내부 균열이 심상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대항해 다음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단합하자는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의 간청에도 공화당은 서로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
당장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이는 농업법 개정안 또는 이민법 개혁안 처리나 연말연시에 있을 또 다른 예산 전쟁에서 적전분열까지 예고하고 있어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아주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지고 상원 장악에도 실패한 만큼 상원 100석 가운데 35석과 하원 435석 전 의석을 새로 뽑는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아주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많은 공화당 중진은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좌절시키기 위해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볼모로 한 이번 예산 전쟁의 전략은 `자멸 행위`의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극단 보수주의 운동인 티파티(tea party) 세력에 밀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결국 요구 사항 가운데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여론 조사에서도 대다수 미국민으로부터 16일간 이어진 셧다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볼 때 티파티의 강경 전술은 전국 선거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표를 얻어야 하는 중도 또는 온건파 유권자들을 공화당으로부터 더욱 격리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티파티에 대한 지지도는 공화당이 2010년 중간 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AP통신과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Gfk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티파티에 비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티파티 세력은 오바마케어 폐지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아울러 실용주의 노선의 공화당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백기 투항했다면서 내년 중간 선거를 이들을 축출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셧다운이 끝나자 보수층 유권자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합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7명과 하원의원 87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을 위협하고 모욕하는 내용으로 들끓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또 티파티 운동의 온라인 웹사이트인 티파티닷넷(TeaParty.net)은 이들을 `이름만 공화당원`이라는 의미의 `RINO`(Republican In Name Only)로 규정해 내년 중간 선거를 위한 공화당 내 경선에서 끌어내려야 할 `낙선 인사` 명단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티파티는 지난 수년간 세금 문제 등에서 이익을 대변해줄 젊은 상·하의원을 대거 당선시킴으로써 정치 지형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협상에서 초당적인 타협안을 만들어내 미국을 위기에서 구한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전국적인 스타로 부상했지만 자기 지역구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는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합의안 도출이라는 타협이 양날의 칼이 돼 상원 공화당 최다선 의원으로 당내 서열 `넘버 1`인 그가 또 다른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선거에서 티파티 후보들에게 200만 달러(약 21억원)를 몰아준 `상원보수주의펀드`는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자마자 매코널 대표와 당내 경선을 벌이는 매트 베빈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티파티승리펀드라는 단체로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배포한 서한에서 "우리는 매코널과 같은 `짝퉁 보수주의자`를 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켄터키 지역 사업가이자 정치 신인인 베빈 후보는 이미 매디슨 프로젝트, 켄터키주 티파티 연합 등 보수파 유권자 단체들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은 상태다.
재선을 위해 내년 중간선거에 나서야 하는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라마 알렉산더(테네시) 상원의원 등도 티파티의 `살생부`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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