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해소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차단을 위한 정치권의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면서 결국 정부가 제시한 마지막 날까지 가게 됐다. 상원 여야 지도부가 잠정예산안 및 국가부채 상한 증액안에 거의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화당 하원이 별도 법안을 제안하고 백악관이 즉각 거부하면서 또다시 `벼랑 끝 대치`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국가 디폴트가 현실화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협상 시한 마감에 임박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다. 시장은 정치권 동향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는 셧다운 보름째이자 정부의 디폴트 예고 시점을 이틀 앞둔 15일(현지시간) 자체적으로 마련한 잠정 예산안 및 국가 부채 상한 단기 증액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려다 백악관과 상원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민주당, 심지어 이번 사태를 주도하는 당내 티파티(극우 보수주의) 세력의 지지조차 얻지 못해 다음날로 연기했다. 이 방안은 오는 12월 15일까지 연방정부 지출을 승인해 셧다운을 중단하는 동시에 내년 2월 7일까지 한시적으로 부채 한도를 높이는 게 골자다. 또 의료기기에 부과되는 세금을 2년간 보류하는 계획 등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백악관과 민주당은 즉각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에이미 브런디지 백악관 부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예산안 처리와 국가 부채 상향조정이라는 기본적인 책무를 다하는 것을 놓고 `몸값`을 요구해선 안 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면서 "공화당 하원의 제안은 셧다운을 초래한 티파티를 달래려는 당파적인 시도"라고 평가절하했다. 해리 리드(네바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는 상원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나라를 희생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베이너 의장에게 깊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었던 베이너 의장은 당내 티파티 세력까지 반발하자 "진전을 위한 방안을 양당으로부터 모색하고 있고 향후 방침에 대해 결정한 바 없다.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날 저녁 늦게로 예정됐던 투표 일정도 일단 연기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원내대표 등 민주당 하원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불러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이처럼 공화당 하원과 백악관의 대치가 재현되면서 지난 주말부터 협상을 주도한 리드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원내대표 등 상원 여야 지도부의 공식 협상도 일시 중단됐다. 두 대표는 하원 동향을 보면서 `물밑 대화`를 계속하다 이날 오후 협의를 공식 재개해 밤늦게까지 합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마크 프리어(민주·아칸소) 상원의원은 "10여명의 상원의원이 합의안 초안을 만들고 있다. 상원과 백악관이 일단 상원을 통과할 수 있는 합의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안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에 일부 변화를 주고 연방정부 자동 지출삭감(시퀘스터) 조치도 조정하면서 내년 1월 15일까지의 예산안과 내년 2월 7일까지의 부채 상한 증액안을 통과시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의회 지도부와의 백악관 회동이 연기된 직후 매코널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돼 타결 기대감을 높였다. 정확한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두 대표가 전날 한목소리로 `낙관론`을 밝힌 것으로 미뤄 사실상 합의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리드 대표 측 대변인은 이날 "두 대표가 합의 도달을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언제 합의가 이뤄질지 등에는 함구했다. 제이 카니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상원에서 이뤄낸 진전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언제 타결될지 점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민과 시장 등은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정치권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만큼 정부가 협상 시한으로 정한 마지막 날 대타협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 지역 방송에 나와 "결국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의회 지도부에 가식이나 체면을 버리고 정치(역학 관계)를 걱정하지 말고 옳은 일을 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베이너 의장도 "디폴트 걱정을 없애고 정부가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양당 의원들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막판까지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이어감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오후 제이컵(잭) 루 재무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의회 협상 결렬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루 장관은 그동안 의회가 17일까지 현행 16조7천억달러인 부채 한도를 높여주지 않으면 디폴트, 이른바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현재 논의되는 방안이 모두 한시적이고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해 정치권발(發) 불확실성은 연말연시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negative watch)에 두는 한편 미국 의회가 부채 한도 증액에 실패하는 즉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밝혔다. 피치는 현재 미국의 신용등급으로 가장 높은 `AAA`를 부여하고 있지만 전망은 `부정적`(negative)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날 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뉴욕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다시 위기감이 부상하면서 133.25포인트(0.87%) 하락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