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하고 있는 소수박물관(紹修博物館)은 선비의 고장인 영주를 널리 홍보하고 영주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 활용하기 위하여 영주시에서 설립한 공립박물관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紹修書院)의 역사적 가치와 선비의 고장 영주가 가지고 있는 유교문화의 특수성을 함께 알려내자는 취지로 설립된 박물관으로 이 같은 설립목적과 보유하고 있는 유물의 성격을 볼 때 엄밀히 말해 유교전문박물관이라 할 수 있겠다.
건립과정을 살펴보면 1996년 ‘소수박물관 전시자료 수집계획’이 수립되면서 착수하게 되었고, 98년에 박물관 건립기본조사와 실시설계 용역을 실시한 후, 99년 건축공사를 착공하게 됨으로서 본격적인 시작이 되었다.
2004년 2월에 모든 시설물을 완공한 후, 2004년 9월22일 드디어 개관하여 영주시민들과 외부 관광객들에게 정식으로 선을 보이게 되었으며, 2008년 6월 23일 박물관의 기본 역량에 대한 종합심사를 통해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하게 됨으로써 명실 공히 유교전문박물관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소수박물관은 이처럼 여러 과정을 거쳐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 연구, 전시하는 시설물로 탄생하게 됨으로서 영주를 찾는 많은 방문객들에게 영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수박물관은 여타의 박물관들이 전시분야. 즉 보여주는 기능에 중점을 두는 데 반해 이와는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적인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소장, 유지관리, 전승 = 현재까지 소장유물의 총 수량은 3만295점인데(2011년 12월 31일 기준), 이중 지난 8년간 구입을 통해 소장한 1,856점을 제외한 2만8,439점이 모두 지역민들의 기증ㆍ기탁을 통해 소장된 유물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2010년 1,119점에서 2011년 1,912점에 이르는 등 그 수량이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수박물관의 시설과 전문인력에 의한 유물관리 능력을 지역민들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주요유물로서는 국보 제111호인 안향초상(安珦肖像)을 비롯해 보물 제717호인 주세붕초상(周世鵬肖像) 등 모두 14점의 국가 및 도지정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으며, 비지정이긴 하지만 세조 때의 홍패(紅牌) 등을 비롯하여 문화재급 유물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개인소장유물 훈증소독 서비스’는 전국에서 최초로 소수박물관만이 실시하고 있는 사업으로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동산문화재에 대해 소장자의 거주지와 문화재의 가치를 불문하고 무료 소독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문화재 기증ㆍ기탁에 따른 상실감 때문에 차마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소장자들에게도 관리의 손길이 미치게 했으며, 과감히 기증ㆍ기탁 결정을 내려준 소장자에게는 현판, 인장, 서책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복제품을 제공해 줌으로서 조상의 유물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조금이나마 벋어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금창헌 소수박물관장은 “영주시와 우리박물관이 갖고 있는 문화재관리에 대한 책임감과 세심한 배려 등을 그간의 사업을 통해 충분히 보여주었기에 소장자들이 믿고 기증ㆍ기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 소장유물의 가치와 의미 재조명 집중 = 소수박물관은 그간 총 8차례의 특별기획전을 통해 소장유물의 가치를 재조명하였으며, 총 10권의 학술총서 발간을 통해 소장 자료가 일선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바지 하였다.
특별기획전의 경우 ‘영주의 명문가 사람들’시리즈를 통해 선성김씨 문중(2006), 연안김씨 문중(2007), 반남박씨 문중(2009), 공주이씨 문중(2011), 평해황씨 문중(2012) 등을 소개하거나 소개할 예정인데, 이러한 연속기획은 영주의 명문가와 선비를 모두 소개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사대부 생활유물 전시(2006), 영남문인 간찰(편지) 전시(2008), 조선시대 과거제도 전시(2010) 등 선비의 고장답게 선비문화를 알려내는 전시도 알차게 치러내고 있다.
학술총서의 경우 ‘영주의 명문가 사람들’ 시리즈 등 특별기획전 관련 도록 다섯 권외에도 ‘죽계지(竹溪誌)’와 ‘재향지(梓鄕誌)’ 등 옛 고서를 번역한 국역집이 세 권이며, ‘목판과 현판’과 ‘소수박물관 대표유물’ 등 소장유물도록이 두 권이다. 특히 올해에는 영주의 옛 행정구역인 ‘순흥부(順興府)’, ‘영천군(榮川郡)’, ‘풍기군(豊基郡)’의 읍지를 한데 모은 ‘국역 영주삼읍지(榮州三邑誌)’와 영주 대표 선비 중 한분이신 소고 박승임(嘯皐 朴承任)선생의 저술인 ‘국역 강목심법(綱目心法)’이 출간될 예정이여서 영주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살펴야 할 필수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시민과 함께하는 박물관이 되고자 노력 = 21세기 박물관의 트렌드는 체험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간 소수박물관은 도심지와 동떨어져 있다는 입지의 단점으로 참여인원 확보의 어려움, 역량 있는 강사진 유치의 어려움, 담당 인력의 부족 등으로 교육 분야에 소홀했었다.
그러나 올해엔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야심차게 ‘역사문화대학’ 강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특강 9회와 답사 3회 등 총 12주간 진행될 이번 강좌는 전국의 유수한 석학을 초빙하여 영주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한말 독립운동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다룰 예정이다.
특히 올해의 총설강좌 이후에는 고대문화, 불교문화, 유교문화 등 매년 주제를 더욱 심화시켜 다룰 예정이라고 하니 이 교육을 통해 영주시민들이 해소하게 될 지적욕구와 얻어가게 될 애향심과 자긍심이 얼마만큼이 될지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소수박물관은 지방의 작은 공립박물관에 불과하지만 그 역할과 수행능력은 대도시의 대형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그 지역의 문화시설이 책임지고 유지, 관리, 전승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소수박물관은 요즘 민선 단체장의 치적사업으로 전락하여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빈 깡통과 다름이 없는 지자체 박물관이 언론의 뭇매를 맞을 때마다 더욱 더 그 가치가 빛이 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지만 크게 움직이며, 소리 없이 큰 울림을 주고 있는 소수박물관. 이 작은 박물관의 활약이 2012년 새해에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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