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포항국제불빛축제’가 본 행사 당일 전격 취소됐다. 수개월 간 공들여 준비해온 지역 최대의 축제가 기상 악화로 인해 개막 직전에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일부 시민과 관광객의 아쉬움, 원망 섞인 반응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행사 취소는 결국 시민과 관광객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 판단의 배경을 깊이 들여다본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포항시는 기상청의 호우주의보 발령과 행정안전부의 안전관리 강화 요청에 따라 긴급 협의를 거쳐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특히 폭우가 예고된 상황에서 불꽃 발사 장비, 무대 전기설비, 수만명의 인파가 밀집한 행사장 등은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단 1%의 위험도 용납할 수 없다’는 시 관계자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물론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총 24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형 행사였고, 이 중 절반 이상이 불꽃 연출 등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공무원들과 지역 예술인, 참여 단체의 허탈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행사 취소 결단을 내려야 했던 이들의 입장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돌아올 비난을 무릅쓰고 내린 판단이었다면 더더욱 신중을 기해 이를 언급해야 한다. 태풍 힌남노 피해도 이전에 없던 기상 이변이 만들어 낸 재해였다. 온난화 등 급변하는 지구 환경 변화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으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상 이변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가운데 행사 취소 시 돌아올 비난을 피하고자 안전을 외면한 채 행사를 강행하는 일이 생긴다면 언제 누가 희생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된다. 이는 민감히 반응해 경보를 울리는 화재감지기 소리가 싫다고 꺼버리고 생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결정을 내린 이들에 대한 손쉬운 비난보다는 이해와 공감 속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행사 취소 시점이 다소 임박했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기상 상황은 그야말로 유동적이다. 단 몇 시간 안에 안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야외 행사다. 실제로 시는 수시 예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축제 강행 여부를 끝까지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섣부른 단정이나 비난은 경계해야 한다.이번 일을 계기로 포항시는 기상 악화에 따른 대규모 행사 대응 매뉴얼을 정비하고, 정보 공유 체계를 보다 신속하고 투명하게 구축하겠다고 했다. 축제는 즐거워야 하지만, 그 기저에는 늘 ‘안전’이라는 절대 가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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