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노동계는 내년 적정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1500원을, 경영계는 1만30원 동결을 요구, 양측 간 간극이 1470원에 이르면서 법정 심의 시한(6월 29일)을 목전에 두고 최종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주장한 음식점업 등 특정 업종의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표결에 부쳤으나,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됐다.이제 노동계와 경영계는 다음 논의 대상인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본격적인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이번 회의에서는 노사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공방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표결 결과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던 경영계는 올해 정식 표결 절차에 끝까지 참여했고, 노동계도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최초요구안을 발표하면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의 질의나 사용자 측의 대응 양상에서 전년도와 다른 흐름이 있었다"고 전했다.이런 변화의 배경 중 하나로는 정권 교체가 지목된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 존중 사회` 기조는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 구성 등에서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현 정부의 철학에 발맞춰 보다 신중하고 균형적인 역할이 위원회 내부에서 강조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노동계는 고물가·저성장 국면에서 실질임금 회복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비지출이 증가해야 매출이 증가하고, 중소상공인도 웃을 수 있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기업의 부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자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최저임금 적용 범위가 좁을수록 저임금 구조가 확대되고,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강조했다.반면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근거로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는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이미 1만2천원을 초과한다"며 "올해 노동계가 요구한 1만1500원은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1만3800원에 달해 사실상 `사업을 그만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발했다. 경영계는 특히 음식·숙박업 등 저임금 업종을 중심으로 지불 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강조해 오고 있다.노사 간 의견차가 워낙 큰 상황이라, 올해도 공익위원들의 `심의 촉진 구간` 제시와 표결 결정 방식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공익위원들은 물가·고용지표 등 경제지표 등을 감안해 조정안을 제시해 왔고, 최근 5년 연속으로 이 조정안 내에서 표결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은 200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노사 합의로 결정된 적이 없다.최임위는 오는 26일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법정 시한을 사흘 앞두고 양측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최저임금 결정인 만큼, 이번 심의 결과는 향후 노동정책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노동계 한 관계자는 "법정시한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회의가 한 번밖에 남지 않은 만큼 기한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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