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산모들이 불안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출산 대신 낙태나 영아 유기, 심지어 살해를 선택하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이는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보호출산제’다.
산모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의료기관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한 보호출산제는 시행 74일 만에 88명의 생명을 구했다. 이는 여느 저출산 대책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낸 제도라는 평가다. 이 제도의 입법을 주도한 포항 출신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은 지난 국회에서부터 꾸준히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도입을 주장해왔고, 많은 반대와 논란 속에서도 결국 두 제도 모두를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다.
경북도 역시 이 제도 확산에 발맞춰 구미시에 위기임산부 상담기관을 지정하고 24시간 대응체계를 갖추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에는 두 건, 올해 5월까지는 다섯 건의 보호출산이 이뤄졌으며, 한 미혼 산모는 기관의 지속적인 상담 덕분에 아이를 직접 양육하기로 결정하는 감동적인 사례도 있었다.
보호출산제는 생명을 살리는 사회 안전망이자, 원가정 양육을 우선 지원하는 제도다. 실제로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이 중 30% 이상이 원가정에서 자라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아기를 맡기는 제도가 아닌, 가족을 지키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는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상담 인력 확충, 행정적 절차 간소화 등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이 시급하다.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숙려기간 연장 등의 현장 의견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생명을 살리는 보호출산제는 저출산 해법 그 이상이다. 태어날 권리를 가진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생명존중의 가치를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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