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에 납 제련공장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에 지역사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은 “납 공장은 절대 불가하다”며 도심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중금속 공장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석포제련소로 인해 심각한 중금속 오염을 겪고 있는 봉화·영주 등 경북 북부권에서 또다시 같은 유형의 환경 위협이 고개를 들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영풍 석포제련소는 수십 년간 카드뮴과 납, 아연 등 중금속을 낙동강 최상류와 백두대간 인근 지역에 유출시켜 영남권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수많은 행정처분과 법적 제재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양 정화율은 여전히 미미하고, 주민들의 고통과 환경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낙동강과 생태계 회복은 이제 겨우 정책의제에 올랐을 뿐이다.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납 제련공장이 영주시 중심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겠다는 발상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다. 납은 체내 축적될 경우 신경계,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1급 유해물질이다. 더구나 해당 공장이 KT&G 영주공장 100m 거리에서 조성된다면, 담배 제조공정에 납 성분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T&G 노조의 공장 이전 요구가 제기되는 현실은 이미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행정절차 또한 허술했다. 원래 공장 설립 승인 이후에 건축 허가가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주시는 2021년 당시 건축 허가를 먼저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시장이 승인 불허를 발표했지만, 소송 대응은 미온적이었고 결국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행정 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에도 시가 공장 설립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시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보호해야 할 지자체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납 공장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님비(NIMBY) 논리가 아니다. 납은 한 번 유출되면 공기·물·토양을 통해 장기간 생태계와 인체에 축적되는 중금속이다. 실제로 제련 과정에서 납 성분이 대기 중으로 확산될 경우, 영주시 인근 주민 건강은 물론 청정 농산물 이미지와 지역 생태도 함께 훼손될 수밖에 없다.문제는 이번 사안이 단지 영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낙동강 상류 전체가 연이어 중금속 공장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환경부와 중앙정부, 경북도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재명 정부가 ‘낙동강 살리기’를 국정 과제로 내세운 이상, 석포제련소 이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영주 납 공장과 같은 유해시설의 신규 입지 역시 철저히 검토하고 재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영주시는 대법원 판결이라는 한계를 앞세우기보다는 ‘산업입지 통합지침’ 등 법령의 해석 여지를 최대한 활용해 설립 불허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등 기술적·과학적 근거를 통해 공장 가동으로 예상되는 유해물질 확산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주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할 실질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영주는 백두대간의 품에 안긴 청정지역이자 낙동강 최상류를 지키는 마지막 방패다. 이곳에 또 다른 중금속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묵과한다면, 우리는 두 번 다시 ‘환경보전’을 말할 자격이 없다. 주민의 생존권과 미래 세대의 삶을 위협하는 납 공장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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