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조영삼기자]울릉도 산채인 명이의 이름을 되찾아 오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사진>이와 관련 울릉도 농민들은 "현재 강원, 충청, 경북 등 전국에서 산마늘을 재배하면서, 울릉도 고유의 명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어 울릉도 명이와 분별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고충을 털어놨다.육지에서 재배하는 명이는 대부분 울릉도에서 종자가 밀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심지어 일부 업자들은 육지에서 재배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한 명이를 `울릉도 산`이라고 속이거나 둔갑시키기도 한다.울릉도 명이는 짙은 마늘 향, 톡 쏘는 맛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타 지역 명이와 차별화되면서, 한때 육지산 가격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울릉도 명이가 맛이 독특한 것은 음지를 좋아하는 명이의 특성상 눈과 비로 인한 충분한 강수량, 우거진 산림으로 인한 그늘 조성에 이어 항상 흐린 날이 많은 울릉도 기후로 서식환경이 최적이기 때문이다.현재 울릉도 명이는 대부분 산악지대 그늘 일대에서 채취하는 자연산이지만, 농민들도 밭에서 재배면적을 늘리고 있다. 자연산 개체 수가 자꾸 줄어드는 것을 염두에 둔 고육책이다.하지만 재배 명이 마저도 맛과 품질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지역 농민들은 "육지에서 대규모 재배로 인해 울릉도 명이가 제 값어치를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명이 산업`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이에 울릉군, 군의회, 울릉농협, 농업인 단체 등 지역 기관단체들은 명이 이름 되찾아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19일 울릉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17일 농업기술센터 농업인회관에서 `울릉도 명이 정체성 재조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이 자리에는 남한권 군수, 이상식 울릉군의회 의장, 경북도의원, 지역 농업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심포지엄은 육지의 산마늘에도 울릉도 고유 명사인 ‘명이’의 이름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다.
특히 명이 이름 찾기 활동과 관련한 울릉도 명이의 역사적, 생태적, 사회적 정체성과 명이 이름의 고유성 확보하기위한 추진 방안,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 반영을 위해 추진됐다.명이는 1800년대 말 울릉도 개척기 시절 식량이 부족했던 2~5월 눈 속을 뚫고 자라나는 산채를 먹고 목숨을 이었다고 해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육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고유 명사인 것이다.명이는 국립창원대학교 최혁재 교수 연구팀에 의해 육지 산마늘과는 다르게 생태지리학적 특성상 전 세계에서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로 분류한 바 있다. 또한 국제슬로푸드 생물 다양성 재단은 울릉도 명이의 음식문화적 가치에 주목해 ‘2023년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하기도 했다.이에 울릉군은 명이 이름을 찾기 위해 지난 2월 `울릉군 명이 이름 찾기 자문위원회`를 결성한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펼친 결과,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이날 전문가 강연에는 김윤배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의 ‘명이의 울릉도 지리적 사회적 정체성 검토’, 국립창원대학교 최혁재 교수의 ‘명이의 분류학적 정체성’,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 손동찬 박사의 ‘한반도 식물이름의 기준, 국가표준식물목록’이 발표됐다.이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정훈 박사의 ‘감초 기원종 공정서(대한민국약전)등재 사례’등 4개의 주제발표를 통해, 울릉도 명이의 정체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김윤배 박사는 “1900년 대한제국 내부 관리인 우용정의 울릉도 시찰보고서에서 `울릉도 주민들이 명이가 있어 가히 기아를 면할 수 있다`고 기록돼 있는 등 울릉도 명이 명칭의 역사적 정체성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또 “울릉도의 명이 정체성 보전 노력이 울릉도 나물 음식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추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명이의 기원과 관련 국립창원대학교 최혁재 교수는 “식물 분류학적 측면에서 육지 산마늘과는 다르게 울릉도 명이의 계통분류학적 정체성이 명확히 증명된 바 있다"며 "특히 분자연대측정 결과 명이가 울릉도에 정착한 시기는 약 170~150만년전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이와 반면 국립수목원의 손동찬 박사는 한반도 식물 이름의 기준인 국가표준식물목록 구축 사례를 소개하면서 "명이의 울릉도 정체성 확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학술적 성과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정훈 박사는 "명이 명칭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적극 행정의 필요성과 감초의 대한민국약전 등재 과정 사례를 통해 울릉군의 명이 이름 찾기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전문가 발표에 이어 울릉군의회 홍성근 의원, 울릉농협 정종학 조합장, 울릉군산림조합 최영식 조합장, 울릉군농업인단체협의회 김두순 회장 등이 지정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명이 명칭의 울릉도 정체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추진 방안`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농업인단체협의회 김두순 회장은 `울릉도 명이 정체성 재조명 주민 선언문`을 발표해 눈 길을 끌었다.현재 지역 농업인, 주민 등의 솔직한 심정은 `"울릉도 고유의 명이 이름을 왜 다른 지역에서 쓰고 있는 냐"는 완고한 입장이다.육지에서 명이 재배의 시작은 지난 1970년대부터 울릉도 명이 뿌리가 몰래 여객선이나 어선에 실려 나가며 시작됐다. 당시에도 군청, 경찰 등 관계 기관 단속이 있었지만 워낙 은밀하게 거래돼 검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지금은 밀반출이 거의 없어졌다. 경비, 시간, 위험부담 등을 동반한 비밀작전 같은 반출보다는 육지의 산마늘 재배농가들에게 종근이나 씨앗을 싸게 구입하면 되기 때문이다.울릉도 명이는 일본, 러시아, 중국, 유럽 등 전 세계의 어느 산마늘 보다 향취, 매운맛, 질감 등 맛도 훨씬 뛰어나다.1990년대 초 울릉농협을 찾아와 매년 채취되는 명이를 전량 구입하겠다던 한 일본인 사업가는 "울릉도 산마늘이 세계 최고의 맛과 품질"이라고 털어놓기도 했지만 농협이 거절한 사례도 있다.지금도 울릉도 자연산과 육지 재배산은 그 품질, 맛에서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음식전문가들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남한권 군수는 “명이는 울릉도의 개척 문화를 상징하는 울릉도의 대표적인 식물자원이며 군민 자산"이라며 "명이의 명칭 기원이 울릉도라는 사실이 명확히 증명되는 만큼, 명이의 명칭이 올바르게 확보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이어 "육지 산마늘과 울릉도 명이를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것은 울릉군민들의 자연 자산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은 물론, 전국의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호와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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