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지 않으면 파도도 없다. 바다의 이치는 정직하다. 바람이 거세면 파도도 거세다. 정치 역시 파도와 같다. 국민의 숨결이 정치의 바람이 되고, 그 바람이 정치권의 물결을 일으킨다. 지금 우리 정치는 어떠한가. 바람은 없고, 파도만 요란하다."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야는 여전히 대립과 감정의 파도에 휩싸여 있다. 누가 더 높은 파도를 일으키는가, 누가 더 상대를 무너뜨리는가에만 골몰한다. 민생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작고, 정치적 셈법과 정쟁의 소리만 커지고 있다.특히, 서민들은 장바구니 물가 앞에서 한숨을 쉰다. 청년들은 취업 걱정에, 자영업자들은 대출금 상환에 잠 못 이룬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들의 고통에 응답하지 못한다. 아니, 애초에 들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민심은 ‘실용’을 바라고, 정치는 여전히 ‘진영’을 외친다. 정권의 유불리, 다음 대선 구도, 당내 권력 구도만이 정치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국민의 삶은 당장의 입법과 예산에 달려 있다. 정쟁보다 민생이 시급하다.한편, 정치의 바람은 민심에서 나와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념 싸움이 아니다. 물가를 잡고, 일자리를 늘리고, 주거와 교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실용 정치다. ‘국민이 먼저다’라는 말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어야 한다.지금 필요한 것은 요란한 파도가 아니다. 조용하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순풍이다. 여야가 서로를 향한 폭풍을 멈추고, 국민을 향한 순풍으로 방향타를 돌려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정치의 본모습이다.또한, 민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는 바다에 떠 있는 배는 결국 표류한다. 지금 정치가 그렇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방향을 틀어야 한다. 바람 없는 파도는 결국 자멸로 이어진다. 파도가 아닌 뚝심으로, 민심을 따라야 할 때다.이어,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는 경청이다. 국회는 더 이상 말의 전쟁터가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담아야 할 그릇이다. 거리에서, 시장에서, 일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둘째는 협치다. 야당의 비판이 곧 반대를 뜻하지는 않는다. 여당의 주장도 전부가 정답은 아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정치가 필요하다. 싸움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싸움을 위한 틀을 짜는 일이 중요하다.▷셋째는 책임이다. 정치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좋은 말, 자극적인 언변보다 실질적인 변화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 법안 하나, 예산 하나가 국민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넷째는 미래다. 정치가 과거에 발목 잡히면, 국민은 미래를 잃는다. 지금의 정치가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지를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지, 인구, 기후, 지역균형발전 같은 중장기 의제에 대한 논의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정치는 바다와 같다. 잠잠해 보이지만, 깊은 곳에서는 조류가 흐른다. 그 조류가 민심이다. 정치인들은 지금 눈앞의 파도에만 몰두하지 말고, 바닥에서 움직이는 조류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진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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