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 유권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갤럽이 지난 4~5일 무선전화 면접 100% 방식으로 전국에 있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조사한 결과, 21대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 가운데 약 27%가 `계엄 심판·내란 종식`을 이유로 꼽았다.해당 설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응답률이다. 같은 설문 응답률 2위인 `직무·행정 능력`(17%)보다 8%포인트(p)나 높다. 상당수 국민은 이재명 정부가 계엄 심판·내란 종식을 하길 바라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이 대통령 당선 후 내란 특검 출범은 당연한 귀결이다.지난 12일 밤 내란 특별검사로는 특수통 검사 출신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피의자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으로 임명된 것과 대조된다. 특검 지명권자는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진상을 규명하는 데 대형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조 특검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조 특검은 검사 시절 정치권·재벌 관련 의혹과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검찰 재직 시절 호불호는 다소 갈렸지만 뚝심 있게 수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조 특검이 이끄는 내란 특검에는 역대 특검 최대 규모인 276명의 수사팀이 투입된다. 이재명 정부의 1호 법안으로 출범하는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이다.법조계 안팎에서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내란 특검을 통해 더 나올 것이 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내란 혐의 실체가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났다는 분석에서다.계엄 직후 본격화한 검찰·경찰·공수처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 과정에서 `계엄의 밤` 당시 현장 상황과 전후 배경이 확인됐고 국민 대부분도 언론 보도를 통해 그 내용을 인지했다는 것이다.검찰·경찰·공수처가 계엄 수사로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에선 이삭 한 톨 줍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 특검은 앞으로 무엇을 더 밝힐 수 있을까.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원격으로 삭제된 경위와 그 배경에 주목한다. 원격 삭제 시점은 계엄 후 사흘이 지난 지난해 12월 6일이었다.홍 전 차장과 김 전 청장 모두 계엄 사태 전후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를 지시받았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비화폰 통화 내역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의혹을 규명할 스모킹 건(핵심 증거)인 셈이다.경찰은 삭제된 비화폰 서버 내역들을 복구해 통화기록과 문자 수·발신 내역 대부분을 확보했지만 누가, 도대체 왜 `삭제`를 지시했는지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등이 비화폰으로 통화할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온전히 확인되지 않았다.경찰 특별수사단은 관련 혐의(증거 인멸 교사)로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연속 소환 조사에 불응하면서 실체 파악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비화폰 삭제와 관련한 수사는 특검이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화폰의 사용자 정보를 초기화해 삭제하도록 지시한 인물을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결국 내란 특검의 관건은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할지 여부인 것이다.내란 특검은 특검보 인선 등을 마치고 다음 달 초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조 특검은 검찰과 경찰, 정부과천청사 등 정부 기관 건물을 사무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만일 윤 전 대통령이 향후 특검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한다면 조 특검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구속 수사를 검토해야 한다. 법원이 앞서 검찰의 구속기간 산정 등을 문제 삼아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전례가 있지만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에 불응하는 것은 명백한 체포 사유이기 때문이다.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93일 지났지만 계엄 사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내란 특검이 향후 계엄 심판과 내란 종식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