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마음이 가는 어르신이 계신다. 오래전 인연이 된, 구십 중반의 할머니. 고령이나 유독 재바르고 총기가 있으신 분이다. 한동안, 소원했던지라 죄송한 마음이 컸기에, 안부 전화를 드렸다. 신호음이 몇 차례 울리고서야 전화를 받으셨다. 가끔 먼저 전화를 주시곤 했었기에 분명 번호가 저장되어 있을텐데, 누구냐고 수차 물으신다 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음성에서, 무언가 예전과는 다름이 감지되었다. 동 복지 담당자에게 근황을 들어보니, 최근에 치매 증세도 조금씩 보이고,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신 것 같다고 한다. 마음이 묵직해졌다. 언젠가 전해 들은 이야기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동 행정복지센터에 찾아와, 같이 사는(?) 반려견의 수급비도 같이 챙겨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혼자 살고 있는데, 가장 큰 위안이 반려견이기에 생활비의 일정 부분을 나누어 써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웃어넘기기에는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반려(伴侶)는 인생을 함께하는 짝이 되는 동무로 정의된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반려식물도 최근에 급증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정(情)을 붙일 곳이 없는 삶, 그 삶은 얼마나 적막하고 외로울까. 통계청의 해설에 따르면, 1인 가구란 1인이 독립적으로 취사와 취침 등의 생계를 유지하는 가구를 말한다. 경제적, 사회적인 시대 변화에 따라, 혼자 사는 가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점점 증가 추세에 있다. 전년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위태로운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에, 홀로 지내시는 독거노인들에게 사회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구름처럼 모였다 흩어지는 인연의 고리, 생각하면, 사슬처럼 얽힌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다. 모르고 지내던 한 사람이, 어느 날부터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그 관계가 이어지고, 그로 인하여 나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오래 사셔야지요...” “아이고, 너무 오래 살까 걱정이다”. 마주 잡은 앙상한 손에 그렁한 눈망울이 보인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저 속에 도대체 뭐가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그런 사람을 볼 때가 있다. 아무런 이해타산도 없이 순수함(?)이 엿보이는 사람들이 나는 점점 좋아진다. 그런 이는 눈빛에 온기가 담겨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좋은 인연은 분명 나를 변화하게 한다. 찾아뵙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우리는 서로 전생에 어떤 연(緣)이 닿아있었던 걸까. 골목 끝에서 하염없이 손을 흔들고 계시는, 저 애잔한 모습을 부디, 오래도록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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