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 평화의광장 앞 정류장에서 24번 버스를 기다린다. 아침 8시 15분. 등굣길 학생들로 정류장은 분주하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기사님의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들린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인사 한마디. 평범하지만 쉽게 잊힌 것들이 이 버스 안에는 살아있다.24번 친절버스는 이름 그대로 ‘친절’이라는 단어를 실천한다. 기사님은 타는 이마다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하차할 때도 빠짐없이 “감사합니다”를 건넨다. 처음에는 낯설던 인사에 승객들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답한다. 이 짧은 교류가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깊다.차창 밖으로 평화의광장이 스쳐 지나간다. 이름처럼 고요한 풍경 속에 분주한 하루가 겹쳐진다. 버스는 한 정거장, 또 한 정거장을 거쳐 단국대 후문을 지나 용인 시내를 향한다. 주말이면 학부모와 지역 어르신들도 종종 눈에 띈다. 모두의 일상 속에서 24번 버스는 작은 쉼터가 된다.취재 중 만난 학생 이지연(20) 씨는 말했다. “이 버스 타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냥 기분 좋은 버스예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교통수단이 몇이나 될까.24번 버스 미모의 여성 기사님은 7년째 같은 노선을 달린다.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 사람답게 대해드리려고요.” 그는 한사코 자신이 친절하다는 평가에 손을 내젓는다. 하지만 승객들은 안다. 그가 쏟는 진심이 얼마나 귀한지를.기자는 버스 뒷자리에 앉아 흐르는 일상의 풍경을 본다. 정류장마다 내리고 타는 이들의 얼굴에는 바람처럼 스치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 작은 공간에서 나누는 짧은 인사와 배려는 분명히 무언가를 바꾼다. 때로는 하루를, 때로는 사람을.취재를 마치고 내리는 정류장. “감사합니다”라는 기사님의 마지막 인사에,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숙였다. 익숙하지 않지만 기분 좋은 인사였다. 그리고 문득, 이 버스가 평화의광장을 지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평화의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정류장은, 사실 평화롭기보다는 늘 바쁘다. 출근길, 등굣길, 하교길, 퇴근길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잠시 멈추는 24번 버스는, 그 와중에도 어딘가 평온한 기운을 실어 나른다.기자는 문득, 이 버스가 하나의 공동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목적지도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 그 안에서 친절이라는 매개는 어느새 공기처럼 퍼지고 있었다.용인시청 앞 정류장에서 한 할머니가 탑승했다. 기사가 자리 안내를 도우며 팔을 살짝 받쳐드렸다. 버스 안에 있던 학생 하나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양보했고, 할머니는 머쓱한 듯 웃으며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특별한 연출도, 대단한 장면도 아니었지만, 이 순간은 도시 어디에서나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친절은 전염된다. 이 버스에서는 그 사실이 증명된다. 처음엔 어색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다. 버스에 올라타면 웃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미소 하나가 내리는 순간까지도 이어진다는 것을.기자는 이 친절이 단지 운수 서비스의 일환으로만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도시의 속도에 밀려 사라져가는 사람 냄새, 그 따뜻한 감정을 이 버스는 묵묵히 전하고 있다. 마치 ‘당연한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소리 없는 수업처럼.24번 친절버스는 오늘도 평화의광장을 지나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울림을 더하고 있다. 친절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이 작은 버스가 조용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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