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인구 위기 앞에 서 있다. 단순히 출산율이 낮다는 문제가 아니다. 자녀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이 절반을 넘는다. 최근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25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4개국 중 ‘재정적 이유로 출산을 포기하거나 포기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58%로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단순히 인구 통계가 아닌,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청년 세대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선택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사람들은 여전히 평균 2명 이상의 자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낳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고용, 치솟는 주거비,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개인화,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에게 불리한 경력 단절 환경 등이 이 선택을 가로막는다. 다시 말해, 저출산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실패이다.돈을 주고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결혼하고, 부담 없이 아이를 낳고, 공동체의 품 안에서 기를 수 있는 사회적 기반 조성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경상북도는 전국 최초로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자체 중 하나다. ‘저출생 부담 타파 4대 문화운동’을 중심으로 결혼, 출산, 육아, 일·생활 균형까지 생애 전반에 걸친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예식비 지원, 태교 여행, 육아휴직 인식 개선, 아빠 육아 참여 확대, 가족친화 기업 지원 등은 단순한 출산 장려금보다 훨씬 진일보한 접근이다. 특히 ‘육아휴직이 아닌 육아근무’라는 인식 전환 캠페인은 일과 가정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상징적 시도로 평가받을 만하다.경북의 이러한 시도는 모든 출산 문제 해결의 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책적 전환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UN 보고서를 고려한다면, 국가와 지자체는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북은 서울과 수도권 대비,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마련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이 이들 지역 대비, 지가와 주택 가격이 현격히 차이나는 관계로 직장과 일터만이 적절하게 마련된다면 주거 마련 문제는 한층 더 손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더욱 인식하고 공기업의 지방 이전과 기업의 지방 유치, 지역 개발을 통한 국가 발전 방안 모색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출산율 0.7이라는 숫자만을 위기라 부를 것이 아니라, 자녀를 원해도 낳을 수 없는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국가 지도자라면 현 사회가 과연 젊은 세대에게 가족을 꾸릴 환경과 여건을 제공하고 있는가를 늘 고민하고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지역 개발 등 지방이 발전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적 대안 마련에 나서 급락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상황 반전을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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