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포항의 철강 산업이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와 내수 침체,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최근의 초대형 산불까지 더해지며 지역 경제와 주민 삶은 그야말로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항시가 제시한 ‘철강산업 특별법’과 이상휘 의원이 발의한 ‘이차전지산업 특별법’, 경북도가 건의한 ‘산불 재난 대응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는 단순한 지역의 민원이 아닌, 대한민국 산업 기반과 재난 대응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국민적 명령이라 평가해야 마땅하다.무엇보다 철강은 단순한 산업재가 아닌, ‘산업의 쌀’로 불리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포항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한국 철강업계는 수출로 외화를 벌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50% 인상 조치와 국내 건설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며 산업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제26회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은 “한국 철강업계는 오늘의 생존과 앞으로의 성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발언하며 업계의 절박한 현실을 전달했다이런 상황에서 경북도를 비롯한 포항시, 이상휘 의원의 ‘철강산업’과 ‘2차전지산업’, ‘초대형산불’ 관련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시의적절한 요청이다. 포항을 산업 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기술 개발 지원과 수출 지원,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감당하기에는 이미 그 규모와 영향이 넘어선 상태로, 입법을 통해 해결돼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여기에 지난 봄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경북 지역에 또 하나의 깊은 상처를 남겼다. 주택과 산림, 농경지가 소실되고 지역 공동체가 뿌리째 흔들렸다. 경북도가 요구하는 산불 특별법에는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 지역 재건과 재난 예방을 위한 중장기적 체계 수립이 포함돼 있다. 주택 지원과 산지 관리권한 이양, 스마트농업 도입 등은 지역의 미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절박한 요구다.정부는 지방정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인 만큼, 지역이 직면한 현실과 현장의 고통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말뿐인 지역균형발전이 아닌, 실질적인 재정·제도적 지원을 통해 지역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해야 할 시점임을 인식해야 한다.미국이 현재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원인 중의 하나가 자국의 제조업 기반 붕괴임을 생각해 볼 때, 국가기간산업인 철강과 이차전지산업 육성은 국익 차원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위기의 시대, 장인화 회장이 말한 ‘생존’은 비단 철강업계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경북이 살아남아야 대한민국 제조업과 지역경제도 버틸 수 있다. 철강과 산불, 산업과 생존이라는 두 가지 도전 앞에서 정부와 국회의 빠른 입법과 실효적 정책 대응을 촉구한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국가적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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