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현충일을 맞은 지난 6일, 칠곡군 충혼탑 앞은 그 어떤 말보다도 진한 울림이 있는 눈물로 물들었다. 6·25 참전유공자 박덕용 지회장이 낭독한 ‘전우에게 보내는 편지’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전했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간 전우들의 마지막 숨결을 기억하는 노병의 편지는, 아직도 우리가 자유와 평화 속에 살아갈 수 있음이 결코 당연하지 않음을 뼈아프게 일깨웠다.한국전쟁 당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사망한 국군은 약 40만명, UN군을 포함하면 77만여 명이 전사, 부상, 실종됐다. 유해를 찾지도 못한 국군만 12만1723명이다.현충일은 단지 조의를 표하는 하루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역사에 뿌리내린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되새기는 날이다. 한 노병의 떨리는 목소리와 군민 모두의 눈물은 이 시대의 우리에게 ‘기억하자’는 외침이자, ‘지켜내자’는 다짐이었다.올해 국가보훈부는 ‘그들이 지켜낸 어제, 우리가 피워낼 내일’이라는 주제로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억의 길’과 ‘실천의 길’이라는 두 축은 단순히 과거를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세대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라사랑의 가치를 체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보훈이 특정 세대의 의무가 아닌, 우리 모두가 향유하고 계승해야 할 공동체의 정신임을 일깨운다.6월은 단지 현충일만 있는 달이 아니다. 6.25 전쟁 발발일(6월 25일), 제1·2차 연평해전(6월 15일, 29일) 등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했던 수많은 사건이 이달에 집중되어 있다. 역사의 뼈아픈 교훈은 여전히 우리를 향해 묻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뜻을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가”이다.박덕용 지회장은 편지의 마지막을 이렇게 맺었다. “먼저 떠난 전우들이여, 하늘에서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잘 있으시게나.” 이 한마디는 단순한 이별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남은 자의 책임이자, 우리가 미래를 위해 짊어져야 할 과제다.국가는 국민의 희생을 잊지 않을 때 진정한 국가로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은 그 희생을 기억하고 실천할 때 진정한 민주 시민이 될 수 있다. 호국보훈의 달, 우리 모두가 태극기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이유는 과거를 향한 조의이자, 미래를 향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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