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한국 경제가 최근 10년 동안 겪은 소비 둔화는 단순 경기 요인 때문만은 아니며,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가 절반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경기 요인만 보면 금리 인하 등 단기 정책 대응이 소비 진작에 적합하나, 인구구조 문제를 손대지 않고는 어디까지나 `절반의 해법`에 불과할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한국은행이 1일 공개한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 제하의 핵심 이슈 보고서에는 조사국 소속 박동현 차장 등의 이 같은 분석이 담겼다.한은 추정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소비 추세 증가율은 2013~2024년 과거 2001~2012년 대비 마이너스(-) 1.6%포인트(p) 낮아졌다.저자들이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인구구조 변화만으로도 민간소비 증가율은 10년간 연평균 0.8%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대비 하락한 전체 추세 증가율(1.6%p)의 절반에 달한다.한은은 인구구조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로로 △인구규모 감소(생산연령인구·총인구) △인구구성 변화(피라미드→항아리형) △정부 사회보장지출 확대 △1인 가구 확산 등을 꼽았다.우선 생산연령인구가 줄며 노동 투입이 감소했고, 이는 중장기 소득 여건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핵심 생산 연령층(30~50대)의 고용률·근로시간 등 노동 투입의 양과 질이 모두 나빠져 민간소비 기반이 흔들렸다는 설명이다.이에 소득 여건 면에서 인구 감소(-0.2%p)와 인구 구성 변화(-0.4%p) 효과로 민간소비는 0.6%p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고령화에 따른 소득 창출력 저하는 사실상 국내총생산(GDP) 손실로도 해석된다. 박 차장은 "2013~2024년 중장기 소득 여건 악화로 민간소비가 0.6%p 둔화한 것은 사실 GDP를 감소시키는 효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소비 성향 역시 낮아졌다.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예비적 저축` 증가와 고령층 중심의 연령 분포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10~2012년 76.5%에서 2022~2024년 70.0%로 6.5%p 하락했다.결과적으로 소비 성향 측면에서 기대수명 증가(-0.1%p)와 연령구성 변화 (-0.1%p)가 민간소비 추세 증가율을 총합 0.2%p 끌어내렸다.저자들은 오는 2025~2030년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민간소비 둔화 폭이 연평균 1.0%p에 이르면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처럼 구조적인 소비 둔화는 단기적인 경기 대응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이에 걸맞은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가 은퇴 후 안정적인 상용직 일자리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박 차장은 "2차 베이비부머가 자영업으로 과잉 진입했을 때보다 미래 소득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기에 노후 불안으로 인한 소비 성향 위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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